가계대출 규제에 발목 잡힌 금융사연말 실적 '경고등'

2019-11-12 00:05
대출 증가율 제한선 3분기 만에 초과
일부 은행들 관련 상품 판매 중단

금융사 연말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제한하기 위해 각 업권별로 가계대출 총량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 총량을 맞추기 위해 금융사들은 남은 기간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어 실적 달성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10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04조28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570조3635억원)보다 5.95%(33조9165억원) 늘어난 규모다.

문제는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제한선인 5.4~5.9%를 세 분기 만에 넘어섰다는 점이다. 

이에 일부 은행들은 대출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모기지신용보증보험(MCI·MCG)과 연계한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플러스 모기지론’의 취급을 중단했다.

우리은행도 MIC·MCG 연계 주담대 상품 판매를 멈췄다.

가장 급격한 가계대출 증가세(9.3%)를 보인 농협은행은 지난 7월 주담대 상품인 ‘채움고정금리모기지’의 신규 판매를 제한했다. 지금도 이 상품 판매 재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가계대출 가중치를 15% 올리고, 기업대출 가중치는 15% 내리는 신(新)예대율이 시행됨에 따라 은행들의 가계대출 수위 조절은 더욱 강화될 방침이다.

신예대율 기준으로 국민은행(102%), 신한은행(100.0%), 하나은행(101.5%) 등 당국 제한선(100%)을 상회하는 은행들은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신용카드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7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잔액은 28조2340억원이다. 지난해 말(26조7029억원)보다 5.7% 증가했다.

카드사는 전년 말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 7% 이내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 카드사 전체적으로 보면 규제 총량을 넘지 않았지만 신한카드(8.4%), 롯데카드(18%), 우리카드(13.7%)는 이미 목표치를 넘어섰다.

이들 카드사의 경우, 카드론 마케팅을 줄여 신규 대출을 적게 하는 방식으로 대출 총량을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카드론 축소는 수익 악화로 직결된다. 이미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결제 부문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카드사는 대출 부문 수익으로 이를 보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정책으로 내년에 좋은 실적을 거둘 여지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업대출 위주로 성장하면서 비이자 이익을 키우는 등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