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 3인방 서울 집결...'방위비·지소미아' 압박

2019-11-07 00:00
이달 말 '지소미아 종료' 앞두고 美, 전방위적 對韓 압박
스틸웰 차관보 "文·아베 만남, 韓·日관계에서 고무적 신호"
강경화 예방 이어 김현종 면담...지소미아 재고 압박한 듯
방위비 분담금 증액압박도..."韓 원조수혜국→기여자 됐다"
드하트 美방위비협상 대표, 3차회의 앞서 5일 비공식방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앞둔 6일 미국 국무부의 외교·안보·경제 담당 '3인방'이 한국을 방문, 전방위적 대한(對韓) 압박에 나섰다.

이들 3인방은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면담을 하고, 한·미·일 3각 동맹 유지를 위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고하라고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달 중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의 3차 회의와 관련해서도 한국 측에 더 많은 방위비 분담금 부담을 요구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및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만나 한·미 동맹 강화를 비롯한 양국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스틸웰 차관보가 이날 강 장관과 조 차관을 비롯해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 정석환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등 외교·안보 핵심라인을 두루 만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청사에서 키이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왼쪽 두번째),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오른쪽),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왼쪽)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틸웰 차관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예정에 없던 '깜짝 11분 환담'을 가진 것을 언급하면서 "(한·일) 관계가 개선되는 것을 주시하는 과정에서 고무적인 신호(encouraging sign)"라고 평가하고, '지소미아는 미국과 일본·한국에 모두 유익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더불어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미국 정부의 기존 입장을 거듭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그는 전날 저녁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방한에서) 한국 정부와의 생산적인 만남을 통해 (한·미) 동맹이 이 지역 평화와 안보의 주춧돌이라는 점을 재확인하길 기대한다"며 "미국은 도움을 주는 나라였다. 한국은 원조 수혜국이었지만 지금은 강력한 기여자가 됐다"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증액해야 한다는 뜻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같은 날 제11차 SMA 협상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이 비공식적으로 방한, 언론과 국회 관계자들과의 접촉을 통해 3차 회의 이전에 국내 분위기를 사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날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개최된 제4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에서도 미측의 압박이 이어졌을 것으로 점쳐진다. SED 참석차 전날 방한한 키이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 또한 이날 강 장관을 예방해 한·미 간 경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한·일 갈등과 한·미 간 협상이 어떤 식으로 풀릴지는 끝까지 지켜봐야겠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이렇게 주도적인 결정을 내리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처음"이라며 "한·미·일 역학 관계 등 한계 때문에 우리 정부가 목표했던 바를 다 이루지는 못하더라도 향후 갈등 해결 과정에서 지렛대로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만나 대화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