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저물가는 공급 문제"…'수요 부진 영향' KDI 주장 반박

2019-11-01 14:30
"최근 저물가는 농산물 가격·유가·공공요금 하락 등 정책요인"
"서비스·공업제품 상승률 낮다고 반드시 수요 부진 원인 아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만에 하락세를 멈췄지만 여전히 0%대 저물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통계청은 낮은 물가 흐름에 대해 공급 요인이 주로 작용했다면서 '수요 부진'을 지적했던 국책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주장을 반박했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05.46(2015년=100)으로 지난해 10월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소수점 한 자릿수까지만 보는 공식 상승률은 보합이지만, 세부적으로 따지면 사실상 오름세였다.

통계청은 당분간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원자료를 확인한 결과 소수점 셋째 자리가 플러스"라며 "공식적으로 보합이지만 이달 방향은 플러스였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들어 0%대 상승률을 지속하다가 지난 8월 -0.038%로 사실상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9월에는 0.4% 내리면서 1965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으로 공식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최근 저물가의 원인으로 공급 요인을 꼽았다. 이두원 과장은 "최근 저물가는 농산물 가격과 유가, 공공서비스요금 하락 등 정책요인이 주요 요인인 건 변함이 없다"면서 "서비스나 공업제품 상승률이 낮다고 해서 반드시 수요 부진이 원인인 것은 아니며, 공급 측 요인도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는 저물가 원인으로 수요 부진을 지적한 KDI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낮은 물가 상승률에 대해 공급보다 수요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최근 물가 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식료품과 에너지는 물가 상승률 하락에 –0.2%포인트,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과 서비스는 각각 -0.3%포인트, –0.4%포인트 영향을 미쳤다"면서 "올해 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이 모두 하락한 것은 공급 충격보다는 수요 충격이 더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료=통계청 제공]

품목별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3.8%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0.31%포인트 끌어내렸다. 양호한 기상 여건으로 양파, 마늘, 과실 등의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농산물 가격이 7.5% 하락했다.

공업 제품은 0.3% 하락했다. 석유류가 7.8% 하락, 전체 물가를 0.37%포인트 낮아지게 했다. 다만 그동안 10%대 하락세를 이어오던 것과 비교해 낙폭이 줄었다.

전기·수도·가스 가격은 1.5% 올랐다.

서비스 품목 가운데서는 집세는 전년 대비 0.2% 내렸다. 공공 서비스는 1.0% 하락했고, 개인 서비스는 1.7%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한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0.6% 상승했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0.8% 올랐다.

체감물가를 파악하기 위해 전체 460개 품목 중 자주 구매하고 지출 비중이 큰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0.3%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