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형 민영기업 5000억 디폴트 '후폭풍' 촉각

2019-10-30 21:32
산둥 시왕그룹 33억위안어치 채무 '디폴트'
산둥성 기업 연대담보 일반적…연쇄 유동성 위기 나타날까 '우려'
훙차오, 싼싱 등 산둥성기업 달러채 가격 폭락

중국 산둥(山東)성 소재 대형 민영 철강기업인 시왕(西王)그룹이 우리나라 돈으로 5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며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터졌다. 시장은 산둥성 지역 민영기업 사이에서 상호 연대보증이 보편화돼 있는 것을 감안해 이번 디폴트 사태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망재경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왕그룹은 지난 24일 만기가 도래한 약 10억 위안(약 1700억원) 규모의 1년짜리 단기채권을 상환하는 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올해 연말로 만기가 예정된 나머지 다른 단기 채권 등 모두 23억 위안(약 3800억원)어치에 대해서도 크로스 디폴트가 촉발됐다. 크로스 디폴트는 하나의 채무상환을 어기면 이와 관련을 맺고 있는 다른 채무에 대해서도 디폴트가 선언되는 것이다.

시왕그룹은 산둥성 저우핑(邹平)에 위치한 대형 민영기업으로, 옥수수 가공, 철강 등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 산하에 거느린 상장사만 3곳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은 450억 위안, 총 자산은 500억 위안에 육박하고 있다. 올해 중국 500대 민영기업 순위에서는 168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덩치가 제법 크다. 

업계는 시왕그룹이 워낙 덩치가 큰 민영기업인만큼 이번 디폴트 사태가 시장에 미칠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산둥성 지역에서는 기업간 서로 연대보증을 서는 게 일반적이다. 앞서 2017년 산둥성 또 다른 중견 알루미늄 기업인 치싱그룹에 채무위기가 발생했을 당시 시왕그룹이 담보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최근 보고서에서 산둥성 민영기업 사이에서 서로 연대보증을 서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로 인해 한 기업의 유동성 문제가 다른 기업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한 기업에서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디폴트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산둥성 다른 기업으로까지 시장이 불안한 눈초리를 보내는 이유다. 실제로 산둥성 기업 채권 가격은 일제히 폭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산둥성 민영기업인 중국 훙차오(宏橋)그룹과 싼싱(三星)그룹 달러채 채권이 시왕그룹 디폴트 소식이 나온 이후 역대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훙차오그룹이 시왕그룹에 담보를 서지 않았다는 성명을 냈음에도 달러채는 좀처럼 이전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7월까지 훙차오그룹 산하 계열사인 훙차오신소재는 현재 다른 기업에 연대보증을 선 액수만 64억 위안에 달한다. 전체 순자산의 11% 이상을 차지한다. 싼싱그룹도 지난해 9월까지 외채 담보 규모가 6억2600만 위안으로, 전체 순자산의 7%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산둥성 시왕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