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회복, 재계 앞장선다] 일본 수출규제 해법 찾아... 상의·전경련 '3갈래 돌파구' 모색
2019-10-23 00:10
전경련 내달 도쿄서 '한ㆍ일재계회의' 개최 갈등 해결 실마리 찾아
소재ㆍ부품ㆍ장비 탈일본 위해 독일ㆍ프랑스 등과 협력 강화
'법인세 부담 완화' 등 정부에 제도 개선 목소리도 높여
소재ㆍ부품ㆍ장비 탈일본 위해 독일ㆍ프랑스 등과 협력 강화
'법인세 부담 완화' 등 정부에 제도 개선 목소리도 높여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이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사태 초기 일본 당국에 '멈춰달라'는 호소를 통해 변화를 꾀했다면, 최근에는 장기화에 대비해 3대 전략을 짜고 행보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양국 간 대화 채널 유지, 협력 관계 다변화, 국내 기업 경쟁력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노력이 그것이다.
◆ 대한상의·전경련 잇달아 일본서 재계 대표 회의
2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상의와 전경련이 내달부터 잇달아 일본에서 양국 재계 대표 회의를 연다. 일본과의 갈등이 더욱 악화되고 있지만,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기업 간 대화라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전경련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와 내달 14∼15일 일본 도쿄에서 '제28차 한·일재계회의'를 연다. 이번 회의에는 전경련과 경단련의 회장사·위원장사 등 각각 15명, 30명이 참석한다.
대한상의도 작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한일 관계 악화로 중단됐던 일본상공회의소 간 회의를 내년 초 개최하기 위해 조율하고 있다.
미우라 아키오 일본상의 회장은 이달 초 자국 언론들과 만나 "정치 정세가 다양한 형태로 영향을 주고 있음을 (양국 경제계가) 각각의 정부에 전달해야 한다"며 "회의를 재개할 수 있다면 내년 봄이 적당한 시기"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양국 경제단체의 물밑외교는 향후 한·일 갈등 해결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경제계도 양국의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한일·일한 경제협회는 지난달 24~2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제51회 한일경제인 회의를 열고 양국 간 갈등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대화를 통한 관계 복원이 필요하다고 양국 정부에 제언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 독일·프랑스 등 협력 관계 다변화도 앞장
국내 경제단체들은 같은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협력 관계의 다변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대한상의는 오는 28일 산업통상자원부, 한불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한-불 소재·부품·장비 산업협력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세미나에는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협력을 희망하는 한국과 프랑스의 기업인 100여 명이 참석해 소재산업의 협력 현황을 파악하고 협력 유망분야와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앞서 지난 16일 전경련은 베트남 하노이 대우호텔에서 2020년 '한-베트남 비즈니스 다이얼로그' 창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어 17일에는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이 하노이 대우호텔에서 열린 ‘제10차 아시아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해 기조발언을 통해 "아시아 역내 무역의 양적, 질적 확대를 위해 2018년 12월 출범한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참여국 확대와 RCEP(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 협상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무역협회도 지난 8일 '한·독 소재·부품·장비 기술협력 세미나'를 열고 독일과 산업기술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독일은 기계·화학·제약·전자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제조 강국으로 공급처 다변화와 첨단 기술 개발 협력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로 평가받고 있다.
소재·부품·장비의 과도한 일본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외 인수합병(M&A)·시설투자 공동지원 협의체도 만들었다. 대한상의·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등은 지난달 10일 상의회관에서 '해외 M&A·투자 공동지원 협의체' 협약식을 열었다. 협의체는 국내 기업이 원천기술 확보와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외 인수합병과 시설투자를 할 때 공동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 재계 대표해 '제도 개선' 목소리도 높여
국내 기업의 경쟁력 확대를 위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달 25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법인세 부담 완화, 상속세 완화, 경영권 보호 장치 도입 등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10대 정책 과제를 전달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최근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커져가는 가운데 '경제가 이념에 발목 잡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국가경쟁력 강화에 전력하지 않으면 20년 장기불황에 빠진 일본의 전철을 답습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도 국내 기업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이달에만 해도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김영주 무협 회장 등 경제단체 수장들이 잇달아 미국을 직접 방문해 한국산 자동차를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임종화 청운대 교수는 "한·일 갈등으로 인해 최근 국내 기업의 일본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했다"며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업뿐만 아니라 경제단체, 정부가 힘을 모아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