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 시대 D-7…오직 하나의 앱만 살아남는다

2019-10-23 05:00
혁신·편의성 높은 서비스 내놓는 은행이 향후 주도권 잡아
모든 계좌 조회·이체 가능해지며 주거래 은행 개념 사라져

하나의 모바일 앱에서 모든 은행의 거래가 가능한 '오픈뱅킹(Open Banking)' 시대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사실상 '주거래 은행' 개념이 없어지게 돼 대규모 고객 이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정 앱만 살아남는 모바일 시장 재편이 예상됨에 따라, 은행권은 관련 서비스 준비에 사활을 걸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30일 신한, KB국민, 우리, KEB하나, NH농협, IBK기업, BNK부산, BNK경남, 제주은행 등 9개 은행이 시범 서비스에 나선다.

오픈뱅킹이란 고객 동의만 있다면 제3자가 고객의 금융데이터를 가져다 쓸 수 있는 공동결제망이다. 거래하는 은행 앱을 일일이 설치할 필요 없이 하나의 앱에서 거래하는 모든 계좌를 조회하고 이체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주거래 은행'의 개념은 없어져, 혁신적이고 편의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내놓는 은행이 향후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게 된다.

이에 우리은행은 지난달 11일 자체 오픈뱅킹 서비스를 선보인 후 현재까지 총 14개 핀테크사를 유치했다. 이들 업체는 위비뱅크를 발판삼아 판로를 확대할 수 있고, 소비자는 위비뱅크 앱 하나로 14개사의 혁신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핀테크업계와 제휴를 확대할 계획이다.

위비뱅크는 은행권 공동 오픈뱅킹 서비스의 대상 앱이 아니다. 우리은행은 지난 8월 새롭게 선보인 '우리 원(WON)뱅킹'을 공동 오픈뱅킹 앱으로 내세워 이용자 모집에 나설 방침이다. 그럼에도 우리은행이 위비뱅크의 자체 서비스 활성화에 공을 들이는 것은 원뱅킹이 젊은 고객이 주를 이루는 위비뱅크로부터 이용자를 대거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서비스 이용에 익숙한 사회초년생을 겨냥해 핀테크 업계와 협업을 강화하는 이유다.

실제로 오픈뱅킹 시대엔 핀테크 서비스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오는 30일 시범서비스엔 시중은행 9곳만 참여하지만, 서비스가 정식 오픈하는 12월18일부터는 토스·뱅크샐러드·네이버페이 등 핀테크 기업까지 대거 합류한다. 현재까지 서비스 신청을 한 핀테크사는 128곳에 달한다.

핀테크사는 공동 망을 통해 각 은행 앱에 자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은행으로선 특화 기능을 얼마나 더 탑재하느냐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나의 앱만 있으면 되는 오픈뱅킹 시대엔 앱 이용자를 유지하고 새로 확보하는 것이 향후 경쟁력으로 직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른 시중은행들도 오픈뱅킹 서비스 운영을 앞두고 앱 서비스 향상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급증하는 해외송금 고객을 겨냥해 영업점 방문 없이 '스타뱅킹' 앱에서 해당 업무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개편했다. 국민은행은 이용자 수가 1500만명에 달하는 스타뱅킹 앱을 앞세워 오픈뱅킹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한 모바일 플랫폼 '쏠'을 오픈뱅킹 이용에 적합하도록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또 타행의 금융정보를 수집해 금융컨설팅을 진행하는 맞춤형 재무관리 서비스를 도입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오픈뱅킹 시대에 은행은 백화점처럼 여러 금융사를 품는 금융 플랫폼 회사로 발전할 것"이라며 "특정 앱만 살아남게 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