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 사업 키우다 커지는 재무 부담

2019-10-21 09:34
21일 수요예측, 2000억원 조달…SK 후광효과 기대
듀폰 SiC 웨이퍼사업부 인수, 무리한 차입?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데일리동방] 실트론이 올해 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공모시장에 두 번째 등장했다. 구미공단 캐파 증설과 듀폰(DuPont)의 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Silicon Carbide Wafer) 사업부 인수 등이 계획돼 있다. 이에 대규모 차입이 불가피해지면서 현금흐름 악화, 부채부담 증가 등 재무 상태가 악화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실트론(A 안전적)은 이날 총 2000억원의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희망금리밴드는 -0.20~+0.20%포인트로 제시했다. 트랜치(tranch)는 3년물 1300억원, 5년물 700억원이며 대표 주관은 NH투자증권이 맡았다.

SK실트론 신용등급은 A로 안정적으로 평가되지만 다른 계열사 대비 낮은 수준이다. SK그룹 계열사들은 연초부터 활발히 공모시장에 나와 성공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공모시장이 호황을 누리자 SK인천석유화학(AA-) 1조2000억원, SK에너지(AA+) 1조원, SK하이닉스(AA) 9800억원 등 대규모 조달에 성공했다. 비교적 신용등급이 낮은 SK실트론도 당당히 공모시장을 찾은 데는 그룹의 후광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SK실트론은 올해 초 공모시장에서 크게 흥행했다.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된 데 힘입어 기존 모집금액 1800억원보다 1400억원 많은 3200억원을 조달했다. 수요예측에서 6배가 넘는 자금이 몰려 증액 발행했다. SK실트론은 올해 1월 메모리반도체시장 호조와 함께 수익성이 개선되는 등의 이유로 신용등급이 상향됐다. 이번 역시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SK실트론 재무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투자 계획으로 상당 규모 차입금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미 SK실트론 차입금 규모는 2017년 554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도 33.6%에서 43.6%로 상승했다. 이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도 불가피하다. SK실트론 잉여현금흐름은 2017년 3535억원에서 지난해 말 -1641억원으로 떨어졌으며, 올해 상반기 -3127억원으로 대폭 악화했다.

황덕규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4실장은 “최근 전방산업인 반도체 산업 업황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과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경상적인 투자 부담이 상존하는 가운데 증설 투자와 인수자금 조달로 단기적으로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SK실트론은 다음 해까지 구미공단 캐파증설을 위해 총 9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 계획된 투자액만 5950억원으로, 기발행된 회사채와 발행 예정인 금액을 합한 5200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내년 3000억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말 미국 듀폰의 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 사업부를 4억5000만달러(약 5366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시장은 SK실트론이 대부분 외부차입을 통해 인수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실트론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올해 6월 말 기준 3307억원으로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인수자금이 모두 차입금으로 계상될 경우 SK실트론의 올해 말 총차입금은 약 1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배영찬 한국기업평가 평가1실 평가전문위원은 “이 경우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 등 레버리지 지표와 순차입금/EBITDA 등 커버리지 지표가 저하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신규사업이 사업 초기로 증설 투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추가로 재무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올해까지의 공격적인 투자가 완료되면 수익성 개선에 따른 내부창출자금 확대로 이어져 현금흐름이 개선되고 차입부담에 대해서도 원활한 대응이 가능할 전망이다. 특히 웨이퍼 사업부 인수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사업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황덕규 실장은 “최근 전기자동차(EV), 통신용(5G) 전력반도체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이에 동반해 SiC 웨이퍼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전력반도체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제조업체 대부분이 Si 웨이퍼와 SiC 웨이퍼를 모두 사용하고 있어 기존 웨이퍼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을 통해 경쟁력 제고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최근 SK 계열이 반도체사업을 주력사업으로 육성하는 가운데 반도체 기초 원재료인 웨이퍼 생산 기업으로서 계열 내 사업적 중요도가 높아졌으며, 계열 편입 이후 SK하이닉스와의 거래 관계도 더욱 공고화된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