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강국, 기술독립이 만든다]<유전체 분석⑥>유전체 분석 시장 고성장…속도 내는 국내 기업들

2019-10-21 00:00
마크로젠, 테라젠이텍스, EDGC, 엔젠바이오 등 연구 활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전체 분석이 미래 유망 산업으로 각광받으면서 국내 시장도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헬스케어 트렌드가 치료 중심에서 사전예방‧건강관리로 변화하면서 유전체 시장이 고성장하고 있다.

유전체는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를 합쳐 만든 용어로, 한 생물이 가지는 모든 유전 정보를 말한다. 유전체 분석을 실시하면 암과 희귀병 등 특정 질병의 발생 가능성을 개인별로 예측할 수 있고, 개개인에 최적화된 치료법과 건강관리를 파악할 수 있다.

이 같은 유전체 연구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국내 기업은 마크로젠과 테라젠이텍스,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엔젠바이오, 지니너스 등이다.

2000년 바이오 벤처기업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한 마크로젠은 정부기관과 대학교, 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분야와 환자‧의료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분야, 일반인 대상의 개인유전체분석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분야는 개인유전체분석서비스다. 마크로젠은 지난 7월 데이터식단 브랜드 마켓온오프와 유전자 맞춤형 식단‧드링크 서비스를 출시했다.

유전자 맞춤형 식단‧드링크 서비스는 개인 유전정보와 1만2000끼에 달하는 식단 데이터를 매칭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식단과 드링크를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는 2~3가지의 고정된 식단을 제공하는 기존의 건강식 서비스와 달리 개인 유전자 데이터와 마켓온오프의 식이‧영양‧건강정보 데이터를 통합해 ‘나만을 위한 스마트한 건강식’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마크로젠은 체질량지수, 공복혈당, 평균혈압, 피부탄력, 색소침착, 원형탈모 등 건강과 피부, 탈모와 관련된 총 14개 항목의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인 최초의 게놈(유전체)지도를 완성한 테라젠이텍스는 연구 분야에 중심을 두고 있다. 최근에는 유전자 기반 얼굴 변화 예측 기술을 개발했다. 사람 얼굴의 형태는 연령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테라젠이텍스는 나이에 따라 이목구비 등 부위별 변화가 어떤 공통된 유형을 지니고 있는지를 규명했다.

해당 연구는 향후 유전자 분석 기술과 결합해 미아 등 장기 실종자나 미귀가자, 신원 미상자의 연령별 얼굴 변화 예측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같은 장기 미제사건 용의자의 현재 모습 추정 몽타주 제작이나 과거 사진을 이용한 개인 식별, CCTV(폐쇄회로TV) 기반 신원 확인 등 범죄 수사에도 쓰일 수 있어 기대가 되고 있다.

EDGC는 자신의 유전자 정보와 현재 상태를 바탕으로 체형교정 등 개인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웰니스센터’와 자신의 유전자를 통해 체지방‧혈당‧중성지방‧피부노화‧탈모 등을 분석해주는 ‘진투미’, 유전자 검사를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추천해주는 ‘마이지놈박스’ 등의 사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엔젠바이오는 유전체 연구를 기반으로 질병과 암 체외진단 및 동반진단 등 검사법을 개발했으며, 지니너스는 유전자 분석 후 환자에게 맞는 건강관리법 등을 확인하는 헬스스캔과 암 조직을 분석해 세포별 특징을 확인하는 캔서스캔 등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게노믹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유전체 시장규모는 162억 달러(약 19조원)에 달했다. 국내 유전체 분석시장은 1500억원 수준으로, 글로벌에 비해 작은 규모이지만 수요증가와 규제완화 등으로 계속해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 등의 문제로 여전히 규제가 심해 외국에 비해 성장속도가 더디다는 문제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나 중국 등에서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일단 허용하고 문제가 있는 경우 법으로 규제를 하는 ‘원칙적 허용·예외적 금지'의 네거티브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일단 기술이 개발되면 법으로 규제하려는 것이 심하다”며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경쟁에서 밀리는 사례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