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공조 절실한데···洪·李, 언제 만나나
2019-10-21 05:00
기재부·한은 수장 만남 8월이 마지막
공식회동 통해 시장에 안정감 줘야
공식회동 통해 시장에 안정감 줘야
우리 경제 곳곳에서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지만 거시경제 양대 축인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수장(首長)의 정책 공조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8월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해 경제 현안 대응을 위한 방안을 모색한 것 외에 회동을 갖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홍 부총리가 취임 당시 한국은행을 찾아 이주열 총재와 '상견례'를 가진 뒤 공식석상에서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은 취임 10개월 동안 한 번뿐인 셈이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는 국내외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1년에 2~3차례 정도 공식 회동하는 것이 일반적임을 감안하면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실제 김동연 전 부총리가 1년 6개월의 재임 기간 동안 이 총재를 공개적으로만 8차례 만나기도 했다. 당시 김 전 부총리와 이 총재는 사전계획 없이 즉석에서 만찬을 제안하는 등 경제 현안에 대해 격의 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물론 두 수장이 비공식적으로 회동을 할 수도 있다. 홍 부총리와 이 총재 모두 강원도 출신이라 사석에서 종종 만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국제 회의에서도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회동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통화정책의 시너지 효과가 절실한 상황에서 두 수장이 공식적으로 만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시장 참여자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재무장관과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정례적으로 회동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저성장·저물가에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 간 협력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는 두 수장 역시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지금은 '폴리시믹스'가 필요한 때"라고 언급하는 등 수차례 폴리시믹스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 역시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다고 하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하 여력은 실효하한을 고려할 때 앞으로 2회 정도에 그친다. 여기에 금리가 이미 충분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통화정책만으로는 경기부양의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없다.
정부가 내년에 513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을 편성한 데 이어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재정이 이끌고 통화가 밀어주는' 모습은 이뤄졌지만 실제 효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와의 지나친 협력이 한은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정부와 한은의 역할이 분명하게 나뉘어져 있는 만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조화롭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많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정책 방향을 결정할 때 소통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 확장 시 금리를 인하하거나, 금리 인하 시 당초 계획됐던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이 늦어지면 경기 부양의 최대 효과를 보기 힘들다"며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인 만큼 두 수장의 침묵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