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태클 뚫고 질주하는 화웨이, 글로벌 5G 영토 확대 '박차'

2019-10-16 20:38
전세계 60여개 통신사와 5G 상용화 계약
화웨이 실적 양호...올 3분기까지 매출 24.4%↑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화웨이가 미국의 공세에도 거침없는 질주 중이다. 세계 절반 이상의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 구축에서 화웨이 장비 계약을 성사시키고, 비교적 양호한 3분기 실적을 거둔 것이다. 

◆전 세계 60여개 통신사와 5G 상용화 계약

16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에 따르면 양차오빈 화웨이 5G 부문 대표는 이날 취리히에서 고객 콘퍼런스를 열어 지금까지 60여건의 5G 네트워크 구축 계약을 따냈으며 이 가운데 절반인 32건은 유럽 고객사와 맺은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다음으로는 중동 11건, 아시아태평양 10건 순이다. 

또 40만대 이상의 5G 다중입출력장치 기지국(Massive MIMO AAUs)을 출하했다. 이외에도 광대역, 데이터통신, IT 제품의 생산과 공급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는 지난 6월 말 딩윈 화웨이통신 네트워크 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상하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발표한 계약건수(50개)에서 늘어난 것으로, 세계 5G망의 3분의 2가 화웨이 기술로 구동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정부가 지난 5월 화웨이와 계열사들을 자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는 블랙리스트인 거래제한 명단(Entity List)에 올리자,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화웨이 장비를 채택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였음에도 유럽을 중심으로 한 화웨이 5G 네트워크 확장은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앞장서 미국 주도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표명해왔던 독일도 최근 차세대 무선네트워크의 보안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는데 화웨이 배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영국 3대 이동통신사인 스리도 올해 말까지 영국 전역 25개 지역에 화웨이 장비 기반의 5G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고 영국 최대 이동통신사 보다폰 역시 화웨이 장비로 5G 네트워크를 구축 운영 중이다. 보다폰은 지난 7월 화웨이 장비를 활용해 런던을 포함한 영국 7개 도시에 5G 네트워크 서비스 제공을 시작했다.
 

[그래픽=아주경제]

◆美전방위적인 공세에도 올 3분기 호실적

이에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미국의 강력한 압박에도 주춤하지 않고 '5G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한 것이 실적 호조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중국 경제일간지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해 1~3분기 매출액이 6108억 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4% 증가했다고 밝혔다. 순이익률은 8.7%였다.

같은 기간 화웨이는 스마트폰 1억8500만대를 출하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했다. 다만 3분기 수치를 별도로 공개하진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화웨이가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2위 스마트폰 사업자 자리를 공고히 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화웨이 관계자는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스마트 전자기기에 집중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도 가속화한 것이 화웨이 운영의 효율성과 품질을 끌어올려 1~3분기 회사 실적을 공고히 했다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지난 8월 미국의 무역규제 영향이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는 적을 것"이라면서도 "올해 스마트폰 부문의 수입은 약 100억 달러(약 11조8950억원)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MWC상하이 화웨이 전시장[사진=연합뉴스]

◆승승장구하는 화웨이... 여전히 우려 목소리 커

화웨이의 호실적에도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는 인텔, 퀄컴, 브로드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IT업체들로부터 반도체 칩 등 부품과 운영체계(OS) 등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데 일정한 차질을 빚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메이트 30시리즈를 내놓았지만 정식 구매 버전 대신 오픈 소스 버전의 안드로이드를 설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때문에 화웨이는 유럽, 남미, 인도 등 주력 해외 시장에 메이트 30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화웨이는 여전히 자신만만하다. 해외 스마트폰 부진으로 인한 타격은 회사 전체 규모에 비춰봤을 때 전반적으로 제한적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최고경영자도 최근 외신과 인터뷰에서 "100억 달러가량의 수입이 줄어들더라도 우리에게는 큰 영향이 없다"고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한편, 화웨이 제재 완화는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중국은 미국에 화웨이 제재를 철회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화웨이와 미국 기업간 일부 거래를 승인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