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공짜 점심’ 발언에 피해자들 “무책임한 망언 사과하라”

2019-10-16 13:58
DLF피해자 대책위, 금융위에 항의서한 전달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피해자들이 16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공짜 점심’ 발언에 반발했다. 피해자들은 “은 위원장의 무책임한 망언으로 은행을 감독·제재하는 공적기관에 걸었던 희망마저 잃어버렸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DLF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피해자들은 “우리도 공짜 점심을 먹을 생각은 전혀 없었고, 먹기 싫다고 여러 번 뿌리쳤지만 부지불식간에 일억 원짜리 점심을 먹게 됐다”며 “이는 무법지대의 뒷골목 식당에서 바가지를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은 위원장은 지난 10일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당국자로서 조심스러운 표현이긴 한데,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며 “투자에 있어선 자기책임에 의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한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즉각 “해당 발언은 DLF 사태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투자에 대한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뿐이라는 설명이다.

또 은 위원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은행과 금융당국 중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책임소재를 따지는 건 생산적인 논쟁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사모펀드가 갑자기 성장하면서 생긴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답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은 위원장이 이 사태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소모적인 논쟁으로 치부하고, 은행에 면죄부를 주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책임을 금융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은 위원장은 피해자들에게 즉각 사과하고, 금융위는 금감원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DLF 사건을 책임감 있게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항의 서한을 현장에 있던 금융위 관계자에 전달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오후에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본점을 찾아 시위를 진행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내달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DLF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지난달 외부에 법률 자문을 의뢰했고, 해당 자문 결과와 금감원 검사 결과를 종합해 배상 비율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1일 금감원 중간발표에서 은행의 불완전판매, 내부통제 미흡 등이 확인된 만큼 배상 비율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나올 전망이다. 다만 사기 판매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DLF피해자 대책위원회가 16일 서울 금융위원회 앞에서 은성수 위원장 발언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장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