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결함 없지만"...삼성SDI, ESS생태계 위해 최대 2000억 투입
2019-10-14 11:42
"삼성SDI 배터리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화재가 발생하면 산업 자체가 붕괴될 수 있어 어떻게든 화재를 막아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삼성SDI는 14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설명회를 열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스템에 불이 나더라도 화재로 확산하는 것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특수 소화시스템'을 개발, 판매한다고 밝혔다.
ESS는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의 줄임말이다. 전력을 저장해 필요할 때 공급, 전력 이용 효율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 2년간 국내에 발생한 ESS 화재 26건 중 14건이 LG화학, 9건이 삼성SDI 배터리(2차전지)를 사용한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주목할 점은 동일한 삼성SDI 배터리 제품을 사용하는 해외 ESS사업장의 경우 화재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만 화재 사고가 났다.
지난 6월 민관 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화재는 △전기적 충격에 대한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 운영환경 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ESS 통합제어 및 보호 체계 미흡으로 인해 발생했다.
한 마디로 배터리 자체의 결함이 아니라 ESS 사업장의 부주의로 인해 불이 났다는 이야기다. 실제 삼성SDI가 국내와 해외에 판매하는 전지는 동일한 제품이다.
화재로 인해 삼성SDI가 겪은 손실도 만만치 않다. 화재 복구를 보상하는 데 지금까지 수십억원이 들었다. 추가적으로 협의하고 있는 곳들을 감안하면 액수는 더 커질 전망이다. 6월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신규 수주도 쪼그라들었다. 지난해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SDI는 이미 설치·운영 중인 국내 전 사이트의 안전성 종합 대책 관련 비용을 자체 부담하기로 했다. 삼성SDI 전체 사이트는 전국에 1000여개 정도다. 예상 비용은 각 사이트별로 차이가 있지만 1500억~2000억원 정도 추정하고 있다.
권영노 삼성SDI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가용 자원을 최대한 동원해서 빠르게 조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 부사장도 "삼성SDI의 기본 방침은 나중에 과실상계가 어떻게 되든 ESS 생태계가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므로 선복구해서 순기능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이번에 도입하는 특수소화시스템으로 화재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특수소화시스템은 배터리 셀에 가장 효과가 좋은 소화약재를 모듈 내부에 장착해 특정 온도에 도달하면 첨단 약품이 자동 분사해 초기에 불을 진화하는 방식이다. 셀 양쪽에 열 차단제를 둬서 불이 나도 연기가 위로만 향하도록 한 원리다. 이상상태가 발생한 샐 주위의 온도는 최고 500도가 넘지만 차단재가 삽입되면 150도로 제어된다.
권영노 부사장은 "약 10분 정도 셀이 보유하고 있는 자체 에너지를 전부 손실하면 불이 식게 되고 셀이 정상상태를 유지하게 된다"며 "열이 밖으로 발산되는 원리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출하된 전 제품에 충격감지센서를 장착해 배터리 셀에 충격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도 있다. 센서 색상이 바뀌면 운송이나 취급 과정에서 충격이 가해졌음을 의미한다. 이를 인지해 바로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SDI는 이달 중 이 대책이 완료되면 지금까지 삼성SDI가 겪은 화재 유형은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임영호 부사장은 "이번 대책으로 ESS안전에 대한 우려가 조금이나마 가시길 바란다"면서 "더 노력해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ESS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전력투구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