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또다시 분수령...文·아베, 하반기 다자무대서 만날까

2019-10-14 12:00
文대통령, 22일 일왕 즉위식에 '최고위급' 이낙연 총리 파견
'아세안+3 회의'·'APEC 정상회의' 등 다자무대 이어져 주목


한국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과 일본발(發) 경제보복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일 관계가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으로 또 한 번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 대표 지일(知日)파인 이낙연 국무총리를 일왕 즉위식에 우리 정부 대표로 파견하는 만큼 하반기 예정된 여러 국제 다자회의 무대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외교가에 따르면 이 총리는 이번 사흘간의 방일 기간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아베 총리에게 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를 통해 한·일 갈등이 심화하는 것을 일단 막고, 양국 후속 협의를 끌어낼 계획이다.

이후 이달 3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국(한·중·일)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내달 16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줄줄이 이어지는 국제 다자회의 무대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회동하는 기회를 만들 방침이다.

 

한·일 갈등. [사진=아주경제 편집팀]


이런 다자회의 무대에 문 대통령이 참석을 확정을 지을 경우 아베 총리와의 대화의 장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한·일 외교장관과 실무급 협의는 여러 차례 진행됐지만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양국 정상은 지난달 말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도 동시 참석했지만, 당시에도 만남은 불발됐다.

이 가운데 우리 정부가 이번 일왕 즉위식에 다른 나라와 달리 최고위급인 이 총리를 파견, 한·일 관계 회복에 대한 의지를 재차 표명한 만큼 양국 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외에도 내달 25~26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와 12월 중국 베이징 개최 전망인 한·중·일 3국 정상회담 등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회담할 수 있는 외교의 장은 몇 차례 더 남아있다.

다만 한·일 갈등의 근본적 배경인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에 대한 양국 시각차가 여전히 큰 만큼 이 총리의 방일 성과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무관하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지만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우리 정부 또한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강화 조치 철회라는 전제조건 하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어 양국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