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바닥 찍었다] 기술 초격차·품목 다각화만이 살길

2019-10-14 05:00
5G 글로벌 상용화···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호재
인공지능 반도체 등 차세대 먹거리에 집중해야

지난달 11일 평택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반도체 수요가 다소 회복된 뒤 내년 상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시장이 반등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기술 '초격차'를 통해 중국 등 후발 주자들과의 격차를 유지하고, 5세대 이동통신(5G) 등 격변하는 글로벌 시장 트렌드를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 7월 국내 반도체 업계에 큰 혼란을 가중시킨 일본의 핵심 소재 수출 규제 등과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꾸준히 국산화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도체 바닥 확인··· 5G 호재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학회장(한양대학교 교수)은 "지금 반도체 시장이 거의 바닥까지 내려왔다"며 "D램 가격의 하락세가 멈추고 있고, 낸드는 이에 앞서 조금 더 빨리 멈췄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일본이 내년 8월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5G 네트워크 상용화를 준비 중"이라며 "보통 5G가 시작되면 인터넷 데이터센터(IDC)를 업그레이드해야 하기 때문에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호재"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수요가 6개월 정도 선행한다고 보면,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IDC 업그레이드에 나설 것"이라며 "천천히 수요가 증가하다가 내년 말부터 2021년 중순까지는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박 교수는 "작년과 같은 슈퍼사이클을 당장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수요가 차츰 회복되고 있는 만큼 슈퍼사이클 진입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핵심소재 등 국산화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불화수소의 경우 대만·중국산도 현재 평가 중이고, 국산화도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국산화해야 할 항목이 많은 상황"이라고 봤다. 

정성공 IHS마킷 D램 수석 연구원(이사)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에서 5G가 본격 개화하면서 글로벌 D램 시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아직 5G 통신망이 제대로 깔리지 않았음에도 현재 중국 정부가 5G 시장 확대를 위해 보조금을 대폭 투입해 통신사업자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중국 정부는 적극적인 5G 시장 육성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5G 기술 테스트를 완료한 가운데, 올해 망 구축에 들어가면서 일부 지역에선 시범 서비스가 진행 중이다.

정 이사는 "지난 2년간 스마트폰 세트 부분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5G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향후 2~3년 동안은 플러스 성장을 할 것"이라며 "5G 스마트폰은 용량 역시 대폭 커지는 만큼 D램 수요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중국 등 견제해야 

D램 등 메모리반도체에 과도하게 치중된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비중은 각각 50%, 30%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D램이 80%, 낸드플래시가 20% 수준을 차지한다. 

김경기 대구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현재 국내 기업들은 메모리반도체 가격하락으로 막대한 영향을 받은 상황"이라며 "지능형 반도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미래 성장성이 큰 분야에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도 이 분야 지원을 확대 중이고, 삼성전자 역시 지난 4월 시스템 반도체에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며 "장기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 매출이 지난해보다 각각 38%와 32%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지만, AI나 자율주행차 같은 4차 산업 관련 반도체는 급성장(38%)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중국 등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글로벌 5G 경쟁은 AI 경쟁으로 이어지며, 하이엔드 파운드리 산업의 슈퍼사이클이 도래할 것"이라며 "특히 중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전략은 5G 보급 가속화에서 시작돼 AI 기반 서비스를 가장 빠르게 준비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업체와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