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블랙리스트 오른 中하이크비전 '반박'...주식거래 잠정 중단

2019-10-08 14:59
반박 성명서 "인권침해 사실무근…美상무부에 재검토 촉구"
쾅스과기 "사생활 정보보호, 안보정책 엄격히 준수" 강조

중국 최대 폐쇄회로(CC)TV 기업 하이캉웨이스(영문명 하이크비전) 등 미국이 인권침해 혐의로 블랙리스트(제재 목록)에 올린 중국기업들이 8일 적극 반박에 나섰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전날 중국 신장자치구 위구르족 등 이슬람 소수 민족에 대한 인권침해 혐의를 이유로 총 28개 정부기관과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여기엔 신장위구르자치구 공안국과 관련 산하 정부기관 19곳 뿐만 아니라 중국 하이테크기업 8곳도 포함됐다. 다화과기, 하이캉웨이스, 커다쉰페이(아이플라이텍), 쾅스과기(메그비), 상탕과기(센스타임), 메이야보커(메이야피코), 이투과기, 이신과기 등이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은 미국과 거래할 때 미국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만큼, 이는 실질적인 금수조치로 볼 수 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하이테크 기업들은 8일 즉각 성명을 발표해 인권침해는 사실이 아니라며 미국 상무부 금수조치에 반발했다. 하이캉웨이스, 다화과기 등 일부 기업은 이날 중대한 사안을 이유로 주식거래를 잠정 중단했다고 중국 증권시보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사진=하이크비전]


하이크비전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 상무부가 아무런 사실 근거 없이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공평·공정·평등의 원칙에 따라 하이크비전의 블랙리스트 등재 여부를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합리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 회사와 협력파트너 권익을 보호할 것"이라며 "여러 방면에서 예방책을 마련할 것"이라고도 했다. 또 고객을 위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인공지능(AI) 유니콘(기업가치 평가액 10억 달러 이상인 신생벤처기업)인 쾅스과기도 이날 반박 성명을 내고 미국 상무부가 아무런 근거없이 블랙리스트에 올린 데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쾅스과기는 "자사는 중국 인공지능 선두기업으로 고객에게 비즈니스 스마트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해 왔다"며 "'인공지능이 인류를 행복하게 한다'는 사명감으로 자사 기술이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도록 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의 법률·법규를 준수하고, 사생활 정보 보호와 안보 정책도 엄격히 준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상무부의 행위에 대해 여러 가지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며 "미국 정부 부처와 지속적으로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하이캉웨이스가 6년 연속 세계 CCTV 시장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 AI 안면인식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 기술이 중국 정부의 주민 감시와 통제에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앞서 5월 미국 현지 언론들은 중국 정부가 약 2억개 감시 카메라를 동원한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해 신장자치구에서 위구르족 등 이슬람 소수민족을 감시·통제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에서 인권을 이유로 중국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등을 블랙리스트에 올릴 때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댔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상무부의 이번 조치로 미·중 무역전쟁 전선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오는 10~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