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렉트릭 유증에 현대중공업그룹이 올인하는 이유는
2019-10-02 12:12
지배구조개편 ‘속도전’ 모양새…난관은 ‘수두룩’
대우조선 인수 절실...정기선 부사장 승계 영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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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현대중공업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가 독립해 출범한 배전반·변압기 등을 생산하는 에너지 솔루션 기업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정기선 현대중공업 사장의 능력을 입증하고 현대일렉트릭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것이 현재로선 유일한 탈출구로 보인다. 지배구조개편과 승계를 위한 움직임이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일렉트릭은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실적 부진에 따른 재무위험을 낮추기 위한 자구노력 중 하나다. 유증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를 일반공모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총 6개 주관사(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하나금융투자)가 인수단으로 참여한다.
현대일렉트릭은 실권 위험이 낮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통상 위험이 높으면 인수 수수료가 높게 책정되고 반대의 경우 낮게 책정된다. 수수료는 각각 0.35%(NH투자증권은 0.15% 추가)에 불과하다. 심지어 실권수수료는 제로(0)다.
주주구성을 보면 현대중공업지주와 특수관계인이 40.8%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6.9%, 우리사주조합 4%다. 국민연금공단이 유증에 참여하면 50%를 넘는 물량이 소화된다. 현대중공업지주가 120%까지 초과청약을 예고하면서 60%(900억원)까지는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나머지 6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적지 않은 규모다. 그럼에도 현대중공업그룹이 실적부진이 지속되는 현대일렉트릭의 유증에 자신감을 내비친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일렉트릭은 용인연구소 부지(현대오일뱅크, 현대건설기계 인수)와 울산공장 내 신설공장 부지(현대중공업 인수) 매각을 통해 1500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룹 계열사들의 전사적 지원이 부담을 더는 요인으로 보인다.
즉 유증만이 아닌 자산매각을 통해 총 3000억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차입금 상환으로 200%가 넘는 부채비율을 100%대로 낮춰 비용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다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대일렉트릭은 지난 2017년 인적분할로 독립한 이후 이듬해인 2018년 1006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1127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실적악화 배경 중 하나는 주 고객사인 한국전력으로부터의 전기자재 수주 축소다. 탈원전 정책으로 한전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발주를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관련 매출이 다시 확대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현대일렉트릭은 이미 고강도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사실상 회복이 빠르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물론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매출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장기 프로젝트 성격이 강해 현재의 어려움을 단숨에 해소하긴 어렵다.
결국 현대일렉트릭은 또 다른 매출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주목 받는 곳은 다름 아닌 대우조선해양이다. 현대일렉트릭은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 계열사에 선박용 전력기기를 판매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관련 매출이 확대된다. 그러나 이 또한 즉각 긍정적 효과로 이어지긴 어렵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정기선 부사장이 주도한 만큼 성공 여부 자체가 ‘능력’ 측면에서 중요하다. 글로벌 주요국들의 기업결합심사 승인 완료 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는 약 6000억원 안팎의 자금이 소요될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 지분매각 대금(1조4000억원)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충분히 소화가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일렉트릭 유증은 그룹의 전사적 지원, 대우조선해양 인수, 더 나아가 정기선 부사장의 승계 등과 순차적으로 얽혀있는 셈이다. 이에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배구조개편에 속도를 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경기가 녹록치 않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에 시간적 여유를 둘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그룹 계열사 자금들이 총동원되는 것도 ‘올인’하는 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하고 사실상 시장에서 자금조달도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배구조 개편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각종 난관들을 어떻게 뛰어넘을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