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인수전 후보별 미래 ②] 승부사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 항공업계 미래 바꾼다

2019-10-04 07:22

“기업이든 사람이든 성공을 위해서 어둡고 긴 터널을 견딜 수 있는 ‘지구력’이 중요하다.”

애경그룹을 이끌고 있는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그룹의 운영에 본격적으로 나선 2007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밝힌 경영철학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새로운 수장으로 업계에서 채 부회장이 적임자라고 평가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채 부회장 아시아나 인수전 진두지휘... 업계 높은 평가
1일 업계에 따르면 채 부회장이 그룹의 새로운 도약대를 항공사업으로 판단하고 아시아나 인수전을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그룹은 아시아나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국내 항공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이 아시아나를 인수할 경우 국제선 45%, 국내선 48%를 점유함으로써 한진그룹을 제치고 국내 최대 항공 그룹이 된다. 채 부회장 아시아나를 욕심내는 이유다.

하지만 벌써부터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나올 만큼 아시아나 인수에는 부담이 따른다.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들도 이번 인수전에 명함을 내밀지 못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채 부회장의 말처럼 지구력을 중요한 가치로 두는 경영자가 시간을 두고 정상화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채 부회장은 이미 자신의 경영철학을 실천하며 제주항공이라는 성공적인 사례도 만들어냈다. 제주항공은 설립 첫해인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채 부회장은 ‘캐시카우(현금창출원)’였던 면세점 사업까지 팔며 제주항공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AK홀딩스 등 애경 계열사들도 수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지원에 나섰다. 아시아나가 애경에 인수될 경우 든든한 투자처를 확보하는 셈이다.

단순히 아시아나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지구력과 투자금만 필요한 게 아니다. 이와 더불어 최근 몇 년간 무너질 대로 무너진 시스템을 복구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효율화 작업도 급선무로 꼽힌다.

실제 지난해 항공기에 며칠간 기내식을 싣지 못하며 물의를 일으킨 이른바 ‘기내식 대란’도 아직까지 제대로 매듭을 못 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의 원인을 제공한 ‘게이트고메코리아(GGK)’가 최근 137억원의 기내식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국제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했다.

GGK는 아시아나 기내식 판매단가 산정방식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면 국내 법원에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당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까지 나와 공식사과하며 정상화를 약속했지만, 언제 일이 반복돼도 이상하지 않다는 게 내외부의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2위인 아시아나가 상대적으로 1위보다 주목을 덜 받으면서 불합리한 시스템과 안전성 등에서 상대적으로 문제제기가 되지 않았다”며 “여행업계 등 관계사들이 주먹구구식 운영방식을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사진=애경그룹 제공]

◆앞서 애경 시스템 개선과 효율화 사례... 아시아나 이식 필요성 제기

채 부회장은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도 충분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서울 AK구로점을 폐점한 게 대표적인 예다. AK구로점은 1993년 개장한 애경그룹의 첫 번째 백화점이다. 수년째 적자를 내면서 그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올해 문을 닫기로 결정한 것이다. 채 부회장은 AK&세종의 신규 개장 등을 통해 활로도 동시에 내놓은 바 있다. 아시아나의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들이다.

더불어 채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세부 경영방침으로 ‘3S(SMART, SEARCH, SAFE)’를 내세우고 그룹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애경 그룹 관계자는 “3S는 기존 업무방식에 끊임없는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하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며 “새 성장동력을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안전과 환경에 투자하는 윤리경영도 정착하자는 뜻이 함축돼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채 부회장이 아시아나 인수전도 성과를 거둔다면 국내 산업계가 큰 변화를 맞을 것”이라며 “특히 항공업계는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 아우르는 경쟁력 갖춘 기업이 탄생하게 돼 판 자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