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전선 확대.. "美, 뉴욕증시서 中 기업 상장폐지 검토"

2019-09-28 08:55
CNBC·블룸버그 보도…"美, 對中 자본유입 차단 검토"
미·중 무역전쟁 환율전쟁에 이어 금융전쟁으로 확산 조짐
10월 무역협상에 부정적 영향 될 듯... 中 반격도 우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전선이 자본시장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미국 정부가 자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상장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27일(현지시간) 미국 CNBC에 따르면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미국의 대중국 투자를 제한하기 위해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을 ‘퇴출’ 하는 파격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CNBC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이 전하며 “중국의 허술한 규제감독 리스크로부터 미국 투자자들을 보호하려는 의도”라며 “다만 이 같은 계획은 아직 초기 검토 단계로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도 “미국 정부가 중국으로 흘러가는 미국의 공적 연금 펀드 등 포트폴리오 자금을 억제하는 방안을 고려 중 “이라며 “중국 기업들이 미국 자금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는 최근 미국 의회에서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 등 대중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미국공정연금의 중국 주식 투자와 관련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논의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 증시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를 포함해 약 160개의 중국 기업들이 상장돼 있다. 이들의 전체 시가총액은 1조 달러(약 1200조원) 이상에 달한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기업 상장폐지 등 미국의 대중국 투자 제한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중국 기업들의 해외 자금조달에 차질이 발생할 전망이다. 실제 이날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주들은 크게 출렁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알리바바의 주가는 이날 한때 7% 이상 떨어진 뒤 5% 하락한 채 마감했다.

이와 더불어 오는 10월 미·중 무역협상 진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반격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BOS인베스트먼트의 제니퍼 엘리슨 이사는 블룸버그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과 자금 흐름을 차단하겠다는 계획은 매우 위험한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압박이 금융시장으로 까지 번진다면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매도하는 ‘핵옵션’을 동원해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되면 폭탄 관세 부과로 침체되고 있는 글로벌 경기 전반에 다시 한번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다만 아직 이 조치가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마련된 것이 아니며, 실제 시행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기업공개(IPO) 자문회사인 이슈어네트워크의 패트릭 헤일리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상장 폐지를 위해서는 거래소가 합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기업 퇴출이 실제로 이뤄지긴 어렵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