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신용평가 해부] (1)금융이력 없으면 신용불량? 240명 '등급'에 발목
2019-09-24 05:00
은행 위주 신용등급…제2금융권 이용해도 불이익
서민들은 사금융 내몰려…획일화된 평가체계 바꿔야
서민들은 사금융 내몰려…획일화된 평가체계 바꿔야
글 싣는 순서
①신용평가체계, 소외계층 포용에 한계
②신용점수제·비금융정보 활용 등 대안은
③美·中 등 해외 신용평가체계의 시사점
통상 금융회사는 대출 시 신용평가회사(CB)의 개인신용평가체계를 활용한다. 개인신용평가체계는 담보나 보증이 없이도 개인이 신용만으로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행 신용평가체계의 신용등급제 하에서 평가상 불이익을 받는 금융소비자는 약 24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신용등급은 향후 1년 내 90일 이상 장기연체 등의 신용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을 수치화한 후 이를 1~10등급으로 구분한 것이다. 10등급으로 갈수록 불량률이 높아 금융회사의 대출이 거절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제도권 금융사들은 통상 6등급까지 대출을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7등급 상위와 6등급 하위가 큰 격차가 없음에도 대출 심사 시 격차 이상의 큰 불이익을 받는 경우다. 신용등급이 7등급인 저신용자는 제도권 금융 대신 대부업체나 비제도권 금융사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금융 이력이 부족한 소비자들의 금융 접근성이 부족도 한계점 중 하나다.
나이스평가정보가 최근 2년 내 카드 사용이력 및 3년 내 대출 경험이 없는 금융이력부족자(Thin Filer·신 파일러)를 조사한 결과 신용등급을 가진 총 4515만명 중 1107만명(24.5%)이 이에 해당했다.
신 파일러는 주로 학생·주부·노인 등으로, 이들은 대부분 4~6등급(약 953만명)에 분포해 있다. 실제로도 20대 청년층(330만명), 60대 이상 고령층(350만명)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가 신 파일러를 위해 사회보험료, 통신비, 공과금 등의 납부 내역을 비금융정보를 활용하고 있지만 활용도는 낮았다. 실제 사회보험료 납부정보 등을 제공하면 평가상 가점을 부여하고 있으나 개인이 직접 제공해야 하는 등 절차가 번거로워 4만여명이 활용하는 데 그쳤다.
최척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연구위원은 “금융거래 위주로 신용평가가 반영되다 보니 금융거래가 없는 이들에 대한 평가가 어렵다”며 “연령이 많거나 20대 초반인 경우 금융거래 이력이 없는 신 파일러로 신용등급이 4~5등급에서 시작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정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연구위원은 “금융정보가 아니더라도 휴대폰 요금 납부 내역 등 신용도와 상관이 높은 정보를 수집해서 평가항목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이 같은 것들이 평가항목으로 반영됐을 때 납득할 만한 것인지도 보완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저축은행, 카드사 등 2금융권을 이용하면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것도 그간 개인신용평가체계의 개선 필요성으로 누누이 지적돼 왔다. 예를 들어 카드사의 6% 미만 저금리 대출 이용자의 연체 확률은 은행 고객의 평균수준이지만, 신용등급 하락은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문영배 디지털금융연구소장은 “신용등급은 금융회사가 대출영업 과정에서 돈을 잘 갚을 것인지 파악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되는 것”이라며 “특히 서민금융에서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일반 금융회사에서의 대출영업과는 (신용등급 활용)시각을 달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