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되면서 국내 정유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만큼 석유시설 가동 중단은 원유수급 및 유가변동폭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16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장중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19.5%(11.73달러) 오른 71.95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예멘 반군의 '드론 테러'로 인해 석유시설 두 곳이 공격을 받자 원유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이면서다.

사우디 아람코가 가동을 중단한 원유 생산규모는 하루 570만 배럴로, 세계 하루 원유수요인 1억 배럴 가운데 6%에 달하는 수준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사우디 원유시설 공격으로 줄어든 산유량이 역대 원유시장에서 발생한 충격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추산된다고 분석했다.

국내 정유업계는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당면 과제는 '공급 안정성'이다. 특히  사우디 아람코에서 원유 전량을 수입하는 S-OIL은 공급 변동성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다. S-OIL 관계자는 "아직까진 원유 수급에 차질이 없다"면서도 "장기적인 수급까지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도 "각 정유사마다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는 데다가 한국석유공사에서도 30일 정도의 분량을 비축하고 있어 당분간은 원유수급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이어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게 되는 만큼 사우디 석유시설이 얼마나 빠르게 복구되고 정상화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유사가 수입한 원유의 31.1%가 사우디산이었다. 그러나 수입 전량을 사우디 아람코에 의존하는 S-OIL을 제외하면 SK이노베이션(18%), GS칼텍스(16%), 현대오일뱅크(7~8%) 등 타 정유사들은 사우디 의존도가 비교적 낮아 원유수급에 대해서는 대체할 수 있는 여력이 높다.

정유업계가 직면한 또 다른 과제는 '정제마진'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유업계가 이득을 볼 것이란 게 일반의 인식이지만 사실과 다르다. 정유업계 입장에서 국제유가는 '원가'에 해당한다. 원가가 높아진다고 마진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즉 정유업계의 수익성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유가 상승분 이상으로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높아져야 한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으로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국제유가의 급증은 오히려 정제마진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국제유가가 급격히 오르는 것은 수요를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 아람코가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가 미국 등에서도 공급하는 원유량도 적지 않아 글로벌 수급이 타이트한 상황은 아니다"며 "이번 유가상승으로 정제마진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