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 병역거부'놓고 엇갈린 판결... 기준 도마에
2019-09-15 14:26
입대 거부자=유죄, 예비군 훈련 거부자=무죄
한 법원에서 병역 거부를 주장한 두 사람에 대해 서로 다른 판결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수원지법에 따르면 형사5단독 이재은 판사는 지난 2월 예비군법 및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8)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비폭력주의' 신념을 바탕으로 지난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예비군 훈련 및 병력 동원훈련에 참석하지 않았다. A씨는 본인 신념에 따라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군사훈련에 참석할 수 없었다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본인 신념 형성 과정을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 ~유죄로 판단되면 예비군 훈련을 면할 수 있는 중한 징역형을 선고받기를 요청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반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A씨와 달리 자신의 신념에 따라 입대를 거부한 또 다른 20대는 1, 2심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수원지법 형사6단독 이종민 판사는 지난 5월 비폭력 주의자를 자처하며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군에 입대하지 않은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B(28) 씨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형사4부(주진암 부장판사)도 지난달 선고 공판에서 원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1, 2심 재판부 모두 "정당한 사유가 없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예비군 훈련을, B씨는 입대를 거부했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비폭력 주의자로서 자신의 신념에 따라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같았다. 이를 두고 재판부의 판단 기준이 모호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임지석 법률사무소 혜율 대표변호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가려낼 명확한 기준 마련이 왜 필요한 것이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재판부 판단 기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