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금융 보릿고개]삼성생명·화재 하반기도 우상향 역부족

2019-09-06 07:00
삼성생명, 올해↓38%...하반기엔 금리 인하로 변액보험 적립 부담
삼성화재, 올해 ↓5.2%...보험료 인상 늦게 반영, 3분기 안좋을 전망
삼성생명 "획기적 신상품 개발 아니면 실적개선 모멘텀 어려워"
삼성화재 "요율 인상으로 손해율 낮추는 수밖에, 만기도래 갱신서 모멘텀"

삼성생명, 삼성화재 하반기 실적이 좋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아주경제]

#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올해 상반기 지독한 보릿고개를 겪었다. 대부분 부진한 실적을 내며 이름값을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달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 등 금융계열사 CEO들과 만나 경영점검에 나섰을 정도다.

그렇다고 뾰족한 대책을 찾기도 어렵다. 전반적인 경제 여건이나 업황도 계속 불리한 쪽으로 흘러가 앞으로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데일리동방은 삼성 금융계열사들의 상반기 성적표를 살펴보고, 하반기를 진단했다.


[데일리동방]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하반기에는 만족할 만한 실적을 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하반기 삼성생명은 금리 인하에 따른 변액보험 적립이 부담스럽다. 
 
획기적인 신상품을 개발할 게 아니라면 실적을 개선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화재 역시 연말 보험료 인상을 앞두고 3분기 부진한 실적을 낼 가능성이 크다. 

◆삼성생명 상반기 순익 47%↓··· 하반기도 우상향 한계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75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4459억원)에 비해 무려 47.7%(6893억원) 줄었다.
물론 기저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5월 삼성전자 지분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7515억원)을 제외하면 622억원 증가한 셈이다.

다른 지표도 나쁘진 않다. 올해 2분기 신계약 연납화 보험료(APE)는 663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6582억원) 대비 0.8% 증가했다. 이 중 이익기여도가 높은 보장성 신계약 APE는 4304억원에서 4836억원으로 12.4% 늘었다.

특히 장래 이익의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인 신계약 가치는 올해 2분기 358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2556억원)보다 40.2% 증가한 규모다. 이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로, 보장성 상품 판매 활성화를 통한 영업 호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란 이례적인 일이 상반기 순익에 악재로 작용했고, 이는 정상적인 손이익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하반기다. 4분기 변액보험 관련 보증준비금 추가적립이 발생할 수 있어 부담이 큰 상황이다.

변액보험 추가적립은 금리와 연동되며, 금리가 내려갈수록 추가적립 부담은 늘어난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변액보험은 이익을 고객에게 주고, 보험사는 수수료만 취하는 구조"라며 "과거 상품 중 최저보증이율 금리가 1% 초반인 상황에서 부채, 즉 책임준비금을 더 쌓아야 하는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 기조가 지속되면서 실적 개선도 쉽지 않다. 김경무 한국기업평가 금융1실 평가전문위원은 "생명보험은 장기보험 형태여서 쉽게 실적을 개선시킬 동력을 갖고 있지 않다"며 "금리 인하 기조로 인해 어려운 영업 환경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용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풍부한 자본력 덕분에 자본적정성 이슈가 제기될 가능성은 낮다"며 "하지만 신계약 규모가 기존 보유계약보다 미미해 실적을 우상향시키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한화투자증권은 삼성생명의 올해 상·하반기를 아우른 별도 당기순이익을 전년 대비 38.4% 감소한 1조1076억원으로 추정했다. 또 상반기에 순이익은 47.7% 감소했으므로, 하반기에도 상반기 매각 기저효과를 보전하긴 부족할 것으로 진단했다.

◆삼성화재 3분기도 부진 예상··· 올해 당기순이익 10% 감소​

삼성화재도 올해 고전하고 있다.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4261억원으로 전년 대비 36.0% 감소했다. 원가 인상에 따른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과 일반보험 일회성 손실에 따른 것이다. 보험영업효율을 판단하는 손해율과 사업비는 전년보다 2.1% 포인트 오른 104.6%를 기록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과 장기보험 위험손해율이 동시에 올랐다"며 "의료보험과 관련해 실손보험 청구 건수, 녹내장 손해율, 위험보험액 자체가 늘면서 실적이 좋을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현재 삼성화재 포트폴리오에서 자동차, 장기보험의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따라서 손해율이 조금만 올라도 보험이익은 악화된다. 독립보험대리점(GA)을 통한 매출 확대 전략에 나서면서 사업비도 증가하는 추세다.

실적 개선을 위해선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손해액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보험료 인상 시기는 빨라야 하반기다. 정비수가가 물가대로 올라 보험료에 반영되지 않아 손해액을 줄이기도 어렵다.

보험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화재가 연말 보험료 인상, 실손요율 협상 등을 위해 민낯을 보여야 할 처지이므로 3분기에는 더 좋지 않은 실적을 발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화투자증권 분석 결과 삼성화재의 올 한 해 별도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0% 감소한 약 1조원으로 예상된다. 

물론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김경무 평가전문위원은 "손보사가 생보사에 비해선 하반기 부담이 덜한 게 사실이지만, 하반기까지 별다른 호재도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기존에 판매한 실손보험 만기 도래를 새로 갱신한다면 실적 개선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로고[사진=삼성화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