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한 ‘메이저 퀸’ 박채윤 “현실인지도 모르겠고, 욕심도 없어요”
2019-09-01 18:09
“현실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가요.”
‘거북이’ 박채윤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한화 클래식(총상금 14억원)에서 투어 데뷔 5년 만에 ‘메이저 퀸’에 등극했다. 6타 차를 뒤집는 역전 우승 드라마를 써낸 박채윤은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어리둥절해 했다.
박채윤은 1일 강원도 춘천 제이드팰리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로 우승했다. 박채윤은 4언더파 284타를 기록한 공동 2위 넬리 코다(미국), 이정민, 김소이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이날 우승을 차지한 박채윤은 “두 번째 우승을 상금이 큰 메이저 대회에서 차지해 기쁘고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며 “솔직히 컨디션이 좋지 않아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고 즐기자는 마음으로 경기를 했는데 우승까지 해서 현실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간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채윤은 최근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목 부상으로 지난달 18일 끝난 보그너 MBN 여자오픈 출전을 취소했다. 정밀검사 결과 목 디스크 진단을 받았다. 지난주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도 목 통증을 참고 경기에 나섰다. 대회 끝나면 한의원을 꼭 들렸다. 한화 클래식 이후 열리는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도 출전을 포기하고 목 치료에 전념하기로 한 상태였다.
그래서 우승을 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박채윤은 “우승에 대한 욕심이 없었던 것이 우승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 된 것 같다”며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지난주 대회부터 욕심 부리기보다 지금 이 자리, 이 순간에 있는 것에 감사하자라는 생각으로 대회에 임했다”고 말했다.
박채윤은 최종일 리더보드도 확인하지 않았다. 단독 선두로 올라선 사실도 모르고 18개 홀을 마친 그는 “정말 순위를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 16번 홀에서 버디를 하고도 몰랐다”며 “선두권은 7언더파 정도 될 줄 알았기 때문에 1등 스코어와 차이가 많이 나 마음을 편히 치자고 생각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하게 파만 하자는 마음으로 했는데, 우승을 하려고 해서 그랬는지 잘 맞아 떨어져 버디도 잡고 위기가 왔을 때 파도 잡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채윤은 ‘메이저 퀸’ 등극과 함께 올 시즌 4승을 수확한 최혜진을 위협할 ‘대세’로 떠올랐다. 하지만 박채윤은 느긋했다. 별명 거북이처럼. 그는 “메이저 대회 우승을 해서 남은 대회에 큰 욕심은 없다”며 “몸 컨디션이 좋은 것이 아니라서 무리해서 하고 싶지는 않다. 몸이 더 나빠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즐기면서 하고 싶다”고 느릿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