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예산안] 총선용 생색내기 예산안?… 곳곳에선 기대반 우려반

2019-08-29 16:05
"돈 풀어 경제회복 불쏘시개 삼아야" 기대
"대규모 재정 지출 재정건정성 악화" 우려
전문가들 "새로운 성장 동력 찾아야" 조언

문재인 정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내년에는 세수 호황까지 막을 내리면서 국세 수입마저 쪼그라들지만 경제체질 개선과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재정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나랏빚을 26조4000억원 늘려 내년에 513조5000억원 규모의 초(超) 슈퍼예산을 편성했다. '경제 활력 제고'라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에 곳곳에선 기대와 우려가 뒤섞여 있다.

돈을 풀어 경기회복의 불쏘시개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엔 기대감이 묻어난다. 날로 가중되는 일본의 경제보복과 미·중 무역전쟁으로 대외경제 하방 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편으론 정부가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해서 돈보따리를 풀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예산 규모는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복지지출을 필두로 한 대규모 재정 지출이 예고되면서 재정건전성마저 우려된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내년에는 세수 호황까지 막을 내리면서 국세 수입마저 쪼그라들지만 경제체질 개선과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재정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상세브리핑에서 "2020년 예산안은 경제활력 회복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담아 감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확장적 기조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쳐 경제성장과 세수증대라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과감한 재정 집행이 필요하다는 상황을 부인할 순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국제기구들이 우리에게 확장적 재정을 권고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생산성이 높은 부문에 예산을 집중 투입해야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세금을 더 걷거나 국채 발행을 늘리면 정부가 민간 자금을 흡수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역효과가 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경기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내년에 확장적 재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속도를 어떻게 관리할지 준칙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고 현재와 같은 재정 확장이 계속되면, 상당한 재정건전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입에 비해 지출을 크게 늘리면서 올해까지 흑자기조를 유지했던 통합재정수지는 내년부터 큰 폭의 적자로 돌아서고 국가채무도 내년 800조원 이상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정부가 재전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상정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0%선'이 무너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더라도 어느 정도 예상되는 결과다. 오는 2023년까지 5년간 연평균 재정지출은 6.5% 늘어나는 반면, 국세 수입은 3.4% 증가하는 데 그쳐, 2023년 국가채무는 1000조원을 넘고 국가채무비율은 46.4%에 달하게 된다.

홍 부총리는 "신용평가사나 외국인 투자자는 국가채무 절대 규모보다 채무 증가속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국가채무비율이 5년 뒤 40% 중반대까지 가는 것은 불가피하고, 그 정도는 용인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간접자본(SOC)은 갈수록 악화된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 카드지만,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지역 예산'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2년 동안 △아동수당 신설 △기초연금 인상 △최저임금 과속 인상 부작용 메꾸기 등 보건·복지·노동 예산이 대폭 늘어난 상태다. 표심을 겨냥해 지역에 체육관·도서관을 짓는 등 선심성 사업을 펼치는 것이 아니냐며 비난이 거세다.

직접 일자리 예산도 선심성 예산 논란을 피하지 못한다. 내년 직접 일자리 예산은 2조9241억원이다. 올해 2조779억원보다 40.7% 증가한 규모다. 직접 일자리 지원 대상도 올해 78만명에서 내년 95만5000명으로 17만명 넘게 늘어난다.

늘어난 직접 일자리 대부분은 노인(13만명)에게 돌아간다.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복지에 고령자들의 일시적인 만족감은 높아지는 반면, 나라 예산의 빈구멍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현재의 상황을 보면 국가부채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상황에 따라 부채가 빠르게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재정으로 모든 것을 계속 해결할 수는 없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