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이재용 최종 판결 앞두고 법원 '긴장감 팽배'

2019-08-29 11:20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 집회 나서
경찰, 만일사태 대비 법원 출입 통제
삼성 임직원들, 재판 결과 예의주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선고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입구에서 경찰이 버스와 질서유지선 등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선고를 약 3시간 앞두고 법원 안팎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9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후 2시 박 전 대통령 등 3명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판결을 내린다.

◆ '운명의 날'···시민들 재판 결과 주목 
2016년 말부터 시작돼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초래한 사건인 만큼 국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재판의 결과를 직접 지켜보기 위해 시민들이 법원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대법원 주변은 경찰 버스 수십여대와 질서유지선 등으로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등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오전부터 38개 중대 2000여명의 경비 인력을 투입해 대비태세에 나섰다.

특히 대법원 인근 서초역 5번 출구는 집회와 시위 등으로 출입이 통제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오후에 박 전 대통령 관련 시위가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석방운동본부와 태극기시민혁명 국민운동본부 등은 대법원 인근에서 집회에 나선다. 

삼성전자 임직원들도 긴장 속 재판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 실적 '어닝쇼크' 등 각종 악재 속에서 이 부회장이 그룹 총수로서 사업 현장을 진두지휘해 온 만큼 향후 판결이 그룹의 미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핵심쟁점은?···구속 여부 관건  
이날 판결은 이 부회장의 1·2심 재판부가 상이한 판결을 내렸던 '뇌물의 성격'과 삼성이 정유라에게 제공한 '말 3마리의 뇌물 인정 금액 범위', '재산국외도피' 등에 대한 판단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앞서 2심에서 총 80억원의 뇌물 수수가 인정돼 징역 25년, 벌금 200억원의 중형을 선고받았던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이 부회장은 36억원만 뇌물로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심은 이 부회장이 '승계'를 위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줬다고 판단한 반면, 2심은 박 전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수동적인 뇌물공여를 했다고 봤다. 이 때문에 1심에서 인정된 뇌물액 89억원이 2심에서는 36억원으로 줄었다. 총 뇌물 공여액이 50억원을 넘지 않으면서 집행유예를 받게됐다.

하지만 오늘 대법원이 2심에서 인정되지 않은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 결과는 달라진다. 대법원이 특히 주목하는 점은 삼성이 정씨에게 지원한 말 3마리의 가격 34억원을 뇌물로 인정할 수 있느냐다.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말 소유권이 최씨에게 넘어간 것이 아니라며 구입비를 제외했다. 대법원이 말 3마리 가격을 뇌물액으로 인정하면 이 부회장 횡령액은 50억원을 넘어 특경법에 따라 '징역 5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무기징역'으로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1심에서 유죄였던 재산국외도피 부분이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힌 것도 핵심 쟁점이다. 이 부회장이 허위로 지급신청서를 은행에 제출해 회삿돈 37억원을 코어스포츠 명의 독일 계좌에 송금했다는 혐의다. 재산국외도피는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 중 법정형이 가장 높다.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죄의 경우 도피액이 50억원 넘으면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을 받는다.

이 같은 사안들을 종합해 대법원이 2심의 판단에 재검토 해야할 부분이 있어 사건을 다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결정을 내릴 경우 이 부회장은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한다. 대법원이 2심의 판단을 인정해 판결을 확정할 경우 2심 형량이 유지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더라도 '작량감경(酌量減輕)'에 의한 집행유예 선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형법 제 53조에 규정돼 있는 작량감경은 재판부가 정상참작 사유 등으로 고려해 재량으로 형을 결정할 수 있는 것으로 처단형의 상한과 하한을 모두 2분의 1로 감경할 수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대법원이 파기환송 결정을 하더라도 파기환송심을 거쳐야 하는 만큼 재판부의 작량감경 가능성도 있다"며 "현재로서는 당장 재구속 여부를 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선고가 열리는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입구에서 경찰이 버스를 쳐놓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