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성추행’ 전 조선일보 기자 1심서 무죄…재판부 “윤지오 증언 신빙성↓”
2019-08-23 04:00
법원 “강제추행 강한 의심 들지만 형사처벌 요건 부족”
배우 고(故) 장자연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조선일보 기자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는 22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조선일보 전직 기자 조모씨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조씨는 2008년 8월 5일 장자연 소속사 대표 생일파티에 참석해 장자연을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같은 자리에 있었던 배우 윤지오 증언 등을 근거로 조씨를 재판에 넘겼다. 윤지오는 조씨 재판에 2번 나와 이를 증언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유일한 증인인 윤지오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면전에서 추행 장면을 목격했다는 윤지오가 7개월 뒤 조사에서 가해자를 정확히 특정하지는 못했더라도 ’일행 중 처음 보는 가장 젊고 키 큰 사람’ 정도로 지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50대 신문사 사장이라고 진술한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윤지오는 2009년 이 사건에 대한 경찰·검찰 조사에서 가해자를 ‘일본어를 잘하는 50대 신문사 사장’이라며 모 언론사의 홍모 회장을 지목했다가 이후 조씨라고 진술을 바꿨다. 윤지오는 선명하지 않은 기억 때문에 생긴 착각이라고 처음부터 조씨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도 당시 생일파티에 있던 남성 4명 가운데 30대로 가장 어렸던 조씨를 추상적으로라도 지목하지 않은 데 의문을 나타냈다. 윤지오가 밝힌 가해자 외양이 조씨 모습과 차이나는 것도 문제로 봤다. 조사 과정에서 홍 회장 알리바이가 나오자 조씨를 가해자로 지목한 과정에도 의문을 보였다.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바꾼 조씨 태도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윤지오가 홍 회장이 참석했다고 진술했다는 말을 경찰에게서 듣고는 (홍 회장이) 참석하지 않았는데도 참석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진술을 했다”며 “이런 정황을 보면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은 행동을 했으리라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다만 “윤지오 진술만으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혐의가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며 조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 내내 무죄를 주장해온 조씨는 “법원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씨의 장자연 성추행 의혹은 윤지오 진술을 바탕으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지만, 검찰은 윤지오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해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재수사를 권고하자 윤지오 진술을 인정하며 조씨를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