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대 말레이시아 부동산 불법 취득 자산가 146명 덜미 붙잡혀

2019-08-21 15:43
말레이시아 부동산 불법 취득가액 1000억원대 달해

말레이시아 부동산을 불법으로 취득한 고액자산가 146명이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투자처를 해외에서 찾은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 서울세관은 말레이시아 경제특구 조호바루 지역의 상가, 콘도미니엄, 전원주택 등의 해외부동산을 취득하면서 외국부동산 취득신고를 하지 않고 구매한 고액자산가 146명을 적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이 계약한 해외부동산 취득가액은 1000억원에 이를뿐더러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말레이시아에 불법 송금한 금액은 135억원이 넘는 규모다.

투자자 중 상당수는 의사·회계사·세무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중견기업 대표, 대기업 임직원 등 자산가인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싱가포르와 인접한 말레이시아 경제개발특구 조호바루에 신규 분양 중인 부동산을 매매차익이나 노후준비 목적으로 사들였고, 구매대금은 출국 시 휴대, 밀반출, 환치기 송금 등의 방법으로 지급했다.

일부는 자녀 명의로 계약해 해외부동산을 편법 증여수단으로 이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 현지에 설립한 위장회사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세관은 최근 동남아시아 주택가격 상승세를 타고 일부 부유층들이 동남아로 부동산 투어를 하며 고급 주택을 쇼핑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실제 말레이시아는 최근 5년간 주택가격이 53.1%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세관은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지역 부동산 취득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뒤 고액 투자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계좌추적, 외화송금내역 분석을 통해 혐의를 입증해 알선업자 3명, 불법 투자자 146명을 적발하게 됐다.

특히 현지에서 분양대행사를 운영하는 한국인 전문알선업자는 국내에서 부동산 광고를 내는 동시에 서울과 부산의 유명 호텔에서 투자 세미나를 열며 투자 알선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해외 숙박비나 식사비는 무료로 제공되기까지 했다.

부동산 투자자들은 알선업자의 도움으로 말레이시아 현지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이를 통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방법을 취한 것으로 알려진다. 과세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전형적인 수법인 셈이다.

서울세관 관계자는 "알선업자와 모 건설사 재무부장은 환치기영업으로, 투자자 중 10억원 초과 고액 투자자 15명은 해외부동산 불법 취득에 따른 외국환거래법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며, 나머지는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라며 "해외 부동산 취득에 앞서 사전에 반드시 외국환은행에 해외부동산 투자신고를 해야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 처분 등을 받지 않게 된다"고 당부했다.
 

관세청[사진=관세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