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한일 관계, ‘논쟁·토론수업’으로 푼다

2019-08-18 12:18
서울시교육청, 각급 학교에 ‘사회현안 논쟁·토론수업’ 권고
“자국중심 역사관 넘어 동아시아 평화 이끌어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지난 14일 서울 중구 남산의 옛 조선신궁터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 제막식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제막된 동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동상은 당당한 모습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손을 맞잡은 세 명의 소녀(한국, 중국, 필리핀)와 이들을 바라보는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모습을 실물 크기로 표현했다. 김학순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인물이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경제규제로 촉발된 한일 경색국면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학생들이 토론으로 배운다. 서울시교육청은 ‘사회현안 논쟁‧토론수업’으로 학생들이 한-일 갈등의 배경을 이루는 역사적·사회적 쟁점들을 이해하며 자신의 시각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고 19일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사회현안 논쟁·토론수업에서 △편협한 반일민족주의, 자민족중심주의, 전체주의적 국가주의를 배제하고 민주주의, 평화, 인권의 관점을 지향할 것 △학교공동체의 일원인 이주배경의 학생과 가족에 대한 폄하, 혐오 등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 △사실에 기반하고 논쟁성이 살아있는 내러티브로 구성할 것 등 한-일 관계 사안을 다루는 수업의 유의사항을 제공한다.

유의사항 제시 외에도 △한일청구권협정(1965)이 체결된 과정과 정확한 내용 및 문제가 된 부분은 무엇인가? △2018년 대법원의 ‘일제 강제동원 노동피해자 배상’ 관련 판결 내용은 무엇이고, 민간청구권 문제가 다시 불거진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과 일본의 화해와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등과 같이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쟁점 질문도 제시한다.

또한, 학교에서 사회현안 논쟁‧토론 수업을 구성하고 실행하는데 도움이 될 도서 및 영상 자료 목록, 남산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용산 강제 노동피해자 노동자상 등 체험학습장소, 한일청구권협정과 ‘일제 강제노동피해자의 일본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대법원 판결문 등을 자료로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일제 강제노동 피해자 수업사례, 여성가족부가 제작한 초·중·고 급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교수학습자료를 안내할 예정이다.

시교육청은 학교교육과정과 관련한 사회 현안을 교실 안에서 다루는 ‘사회현안 논쟁·토론 수업 활성화’를 주요 정책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학생들은 서로 경청하는 가운데 스스로 분석‧비판하며 사고하도록 활동하며, 사실에 근거한 자료를 토대로 논쟁과 토론을 한다.

‘사회현안 논쟁‧토론수업’은 현재 UN이나 UNESCO를 비롯한 국제기구와 독일‧핀란드 등 교육선진국에서도 권장되고 있다. 계기수업이 일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과 달리, ‘사회현안 논쟁‧토론수업’은 학교교육과정 내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생들이 자국 중심의 역사관을 뛰어넘어서 서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교육이 각자의 삶에서 실천 역량을 키우게 돕는다면 미래의 동아시아 평화를 이끄는 선두주자들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