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상] 해리포터 마법사연합, '노트10 마법봉'에도 아쉬운 게임성

2019-08-19 13:41
'포켓몬 고'와 차별성 부재...아류·양산형 '꼬리표' 붙을까

[이미지컷=조하은]

《기업이 도전과 좌절을 반복하며 소비자의 일상을 장악하는 도구는 신제품이다. 무한경쟁에 치닫는 시장에서 경향을 읽고 성패를 보려면 한 걸음 물러나 반응을 살펴야 한다. 이에 데일리동방은 시장의 반응과 가능성을 짚는 ‘동네방네신상’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데일리동방] 해리포터의 마법 지팡이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 나이언틱의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 후속작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마법사연합)’은 전작과 비슷한 진행 방식에 호그와트 포장지를 두른 채 머글(마법사 아닌 일반인)들의 내려받기를 기다리고 있다.

마법사연합은 원작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이후 이야기를 다룬다. 사용자는 머글 세상에 흩어진 다양한 생물을 원래 마법 세계로 돌려보내야 한다. 흥미진진한 게임 배경은 전세계 해리포터 팬을 사로잡은듯 했다. 하지만 6월 출시 이후 2달이 돼 가는 현재 인기순위는 바닥없는 하락새를 보이고 있다. 모바일 게임 통계 사이트 게볼루션에 따르면 마법사연합의 구글 무료 순위는 지난 13일 219위를 기록한 이후 집계되지 않는다. 16일 애플 무료 순위는 265위다.


 

포켓몬 고와 해리포터 마법사연합의 게임성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평가다. 화면은 GPS 기반 지도에서 주인공이 돌아다니는 두 게임 실행화면. [사진=포켓몬 고(왼쪽), 해리포터: 마법사연합 캡처]

◆평면적인 마법봉 사용 아쉬워
마법사연합의 흥행 부진은 출시 3년이 지난 포켓몬 고의 꾸준한 인기와 대조된다. 포켓몬 고는 실제 지도상에 인기 IP(지적재산권) 세계관을 입히고, 어린 시절 한번쯤 꿈꿔본 포켓몬 트레이너가 될 수 있는 점이 흥행 요소였다. 한국 출시 이전부터 게임이 가능했던 강원도 속초시는 포켓몬의 성지 ‘태초마을’로 불리며 버스표가 매진되기도 했다.

이후 게임은 포켓몬 대전과 포켓몬 교환 등 세계관 중심 업데이트와 이벤트로 접속을 유도해왔다. 지난 5월에는 어린이날 연휴에 맞춰 3일간 진행된 희귀 포켓몬 잡기 행사 ‘위크 인 코리아’에 20만명이 참여했다. 포켓몬 고는 16일 구글과 애플 매출 각각 59, 59위를 기록했다. 무료순위도 포켓몬 고가 114, 70위로 마법사연합보다 훨씬 높다.

포켓몬의 성공방식에 해리포터를 그대로 적용한 결과는 참담했다. 비슷한 지도를 돌아다니다 ‘발견물’로 대체된 또 다른 포켓몬을 잡는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포켓몬 잡을 때 공 던지는 방식이 마법봉 동선 따라 그리기로 변했을 뿐이다. 몬스터볼을 튕기는 방식은 포켓몬 세계관과 맞아떨어지지만 선 따라그리기는 마법 지팡이 느낌을 잘 살리지 못한다. 발견물과 대치하면 배경화면이 사진처럼 고정되는 점도 전작과 똑같다. 한 사용자는 앱 스토어 리뷰에서 “손가락으로 마법(지팡이 동선을) 긁는 것보다 폰을 흔들거나 돌려서 마법을 쓰게 했다면 그나마 나았을 것”이라며 “클릭할 것은 많고 반응도 느리고 복잡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팡이 문제는 일부 사용자에 한해 해결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트10에서 마법사연합을 실행하면 S펜을 마법봉처럼 허공에 휘둘러 사용하는 업데이트가 준비중이라고 8일 밝혔다.


 

해리포터 마법사연합에서 발견물을 마법세계로 돌려보내려면 마법봉 동선을 따라 그려야 한다. 원작 세계관을 실감나게 구현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10 S펜을 허공에 휘둘러 마법봉으로 쓰는 업데이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해리포터 마법사연합 실행화면 캡처]

◆원작 구현이 남긴 가능성
노트10 한정으로 마법봉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과제는 산더미다. 노트10 이외 기기에서도 회전 인식 같은 방식으로 사용자가 마법 지팡이를 쓰는듯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기존 포켓몬 도감에서 껍데기만 바뀐듯한 ‘등록부’는 옛날 오리온 과자 스티커를 모으던 앨범 이상의 감동을 주지 못한다. 펼쳐봤자 아무런 효과도 기대 못할 앨범 때문에 그래픽 수준도 제자리인 증강현실 게임을 해야 할 이유는 적어보인다.

마법사연합 데이터 무료 혜택으로 5G 홍보중인 SK텔레콤은 올림픽공원과 여의도공원에 AR로 구현된 거대 동물들을 13일 선보였다. 5G 강점을 살려 털의 세세한 움직임이 보일 정도의 그래픽을 실현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마법사연합 그래픽 품질은 5G를 연상하기 힘든 수준이다. 일각에선 전세계 출시를 해야 하는 게임사 입장에서 그래픽 품질을 비약적으로 높이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본다.

전작의 체육관과 포켓스탑을 연상케 하는 요새와 온실, 여관 등도 차별화가 필요하다. 소모품인 몬스터볼 역할을 주문력이 하고, 소모품을 수급하는 포켓스탑은 여관에서 음식 먹기로 대체됐다.

그나마 다른 점으로 꼽히는 부분이 협동요소다. 포켓몬 고가 체육관 배틀 중심인 반면 마법사연합은 요새에서 공격력 강한 오러, 치료 중심인 동물학자, 공격을 돕는 교수 등이 어울려 적에 맞선다. 다만 쟁탈전이나 마법 대결 같은 경쟁 요소가 없어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의견도 있다.

원작 요소를 곳곳에 심은 이 게임은 업데이트를 통한 반등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골수 팬들은 호그와트 기숙사를 선택하고 자신만의 마법 지팡이를 만들고 다양한 수집품을 모으는 재미에 만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이 포켓몬 고에 해리포터를 덧씌운 팬 서비스에서 멈추지 않으려면, 두 게임의 무엇이 같고 달라야 하는지 돌아본 결과가 업데이트에 반영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