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 규제 '모순' 행보...정부 보고서에선 정면 비판
2019-08-16 11:40
'불공정무역보고서'에서 美中수출 규제 조치 비판
"수출 규제 장기화되면 세계경제 해택 줄어들 것"
"수출 규제 장기화되면 세계경제 해택 줄어들 것"
한국에 대한 주요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등으로 한일 갈등을 촉발한 일본 정부가 '안전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수출 규제는 무역 투자 자유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안보'에 따른 것이라는 기존 입장과 상반된 행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9년 연례 불공정무역 보고서(보고서)'를 통해 "안보를 이유로 하는 수출 규제를 예외로 인정하면 자유무역질서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며 "이런 수출 규제가 장기화하면 전 세계 산업발전과 경제적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등 국제 규칙과 일관성에 의문점이 있는 주요 국가의 무역 정책과 조치를 지적하고 개선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1992년부터 매년 공표하기 시작해 올해로 27차를 맞았다. 전체 내용은 경제산업성 홈페이지에서 열람 가능하다.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것은 미국과 중국에 대한 지적이다. 미국에 대해선 "미국에 대해 과도한 안보상 예외 조치를 인정할 경우 각국이 남용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고 다자무역체제도 형식만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자국 안보를 침해할 수 있다며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등에 관세를 부과한 점을 비꼰 것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11조에 대한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GATT 11조 1항에서는 회원국이 의무적으로 수출 허가 등을 통해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보고서의 발행 시기다. 이 보고서는 지난 6월 26일 최종 수정, 업로드됐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개최를 이틀 앞둔 시점으로, 당시 G20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자유무역과 열린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이후 이틀 만인 지난달 1일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내놨다. 수출 규제가 국제 무역 체계를 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 보고서가 나온 지 일주일여 만에 스스로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일본 정부가 앞뒤 안 맞는 논리를 내세운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16일 공개한 2019년판 통상 백서에서도 '세계에서 보호주의적인 행보가 늘어남에 따라 세계경제가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17년 출범한 이후 보호주의적 움직임이 크게 늘어났고 중국에 의한 산업 보조금 등 시장을 왜곡할 수 있는 조치가 보호주의를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했으면서 자국 통상 백서에서는 보호주의의 확대로 인한 경제 악화 등 위기감을 지적한 셈이다.
그간 일본 정부는 수출 규제 조치에 이어 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 데 대해 수출 관리를 강화한 것이라면서, WTO 협정에서도 안보상 수출규제는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통상 관련 내부 정부 문서에서는 수출 규제 자체를 부정한 것으로 나타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