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광복 기획-극일, 경제로 이겨라] 벤치마킹 NO, 갈 길 가야할 한국경제

2019-08-16 01:00
우리나라 명목 GDP, 세계 12위...일본 3위
일본 대체재만 찾지 말고 세계 수요 확보 대안 마련해야

한국경제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협도 느꼈다. 아시아의 경제 패권을 쥐고 내줄 생각이 없는 일본의 저급한 경제보복 탓이다.

우리나라가 경제 강국들과 어깨를 견줄 날이 머지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다만, 여전히 갈 길은 험난하다. 경제·사회구조 변화의 패턴이 유사한 일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말도 끊이질 않는다. 그렇더라도 이제부터는 한국경제만의 갈 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더 실린다. 일본 추격을 우선순위로 두기보다는 세계시장의 수요를 끌어올 때 비로소 '경제 극일(克日)'의 초석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5일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0조4941억 달러로 여전히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국은 13조6082억 달러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일본은 4조9709억 달러로 독일(3조9968억 달러), 영국(2조8252억 달러), 프랑스(2조7775억 달러), 인도(2조7263억 달러), 이탈리아(2조739억 달러), 브라질(1조8686억 달러), 캐나다(1조7930억 달러), 러시아(1조6576억 달러) 등 국가를 제치고 3위 경제대국의 지위를 거머쥐고 있다.

우리나라는 1조6194억달러로 전 세계 205개국 가운데 12위 수준이다. 국제사회 속 경제규모에서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각국이 벌어들인 돈으로 실제 얼마를 소비하는지를 보여주는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비교하더라도 2023년께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일본을 추월한다는 게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기도 하다.

사실 아직은 일본의 경제규모를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도 일본의 경제보복에서 배운 점은 있다. 전 분야에서 일본을 압도할 수는 없어도 일본 역시 핵심 산업이 흔들릴 때 자국 경제에 경고음이 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일본 화이트리스트 배제 관련 정부입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일본이 집중 공략한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소재·부품 산업만으로도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재정을 투입해 기초산업을 키우려는 문재인 정부의 맞대응이 시의적절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춘다면, 일본 반도체 산업의 한 축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이 국내 기업의 제품으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일본 산업을 하나둘씩 대체하며 경제 규모를 키워나가는 것은 단기적인 대증요법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일본만을 바라볼 게 아니라, 세계 시장을 겨냥해 글로벌 밸류체인(국제 가치사슬)을 선점하고 이를 대체해 나가야 일본 경제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조언도 끊이질 않는다. 일본만이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새로운 시장인 아세안 국가를 향한 러브콜에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및 서방국가들도 뛰어들고 있는 만큼 국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때 비로소 일본 경제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조언도 이어진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장 일본 산업을 대체하는 데 공을 들이기보다는 한국 경제를 키워나갈 산업이 국제 시장에서 일본 이외의 다른 국가 산업을 대체해 나갈 수 있을지를 따져야 한다"며 "혁신성장 등 정책을 전개해 나가면서 미래 시장을 이끌어갈 한국 산업을 찾아 성장시키는 데 전념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