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남편 탓’만 한 고유정의 변명… “제 발등 찍었다”
반성 않고 궤변늘어 놓는다 판단들면 양형가중
‘과도한 성욕 때문에 생긴 비극’이라며 법정에서 범행의 책임을 피해자인 전 남편에게 떠넘긴 고유정에 대해 세간의 비난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고유정의 사선 변호인은 빗발치는 비난과 가족들의 반대를 못이기고 또다시 사임하고 말았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고유정의 뻔뻔스러운 변명이 양형 산정 등에서 오히려 고유정에게는 불리한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어떻게 든 우발적 범행 혹은 과잉방어를 인정받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재판부가 '반성없이 궤변으로 변명을 늘어놓는다'고 판단할 경우 양형에서는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고유정의 황당 변명...반박 나선 여성들의 분노
고유정의 변명이 겉보기에는 그럴 듯 할 수 있지만 조금만 따져봐도 객관적 사실관계와 배치되는 점이 드러난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고유정은 지난 13일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것은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전 남편이 성폭행을 하려해 저항하는 과정에서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 남편 강모씨가 변태성욕자'라고 주장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검찰이 계획적 범행의 증거로 제시한 인터넷 검색어와 사체훼손용 물품 구입에 대해서도 고유정은 적극적으로 변명에 나섰다.
‘뼈무게’와 강도를 검색한 것은 현 남편에게 감자탕을 끌여주기 위한 것이었고, ‘졸피뎀’을 검색한 것은 버닝썬 사건과 관련한 기사를 찾아보기 위함이었다는 것이 고씨 측 주장이다.
또 ‘혈흔’이라는 단어를 검색한 것은 최근 사용을 시작한 면생리대의 세탁법을 찾아보기 위함이었고 ‘니코틴 치사량’은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우는 현재의 남편을 걱정한 결과였다고 항변했다.
고씨 측 주장이 알려지자 인터넷은 금새 반박논리가 넘쳐났다. 당장 감자탕을 끓여주려고 조리법 등을 찾아보려 했다면 '뼈무게'가 아니라 '감자탕 1인분'이나 '감자탕 재료' '감자탕 레시피'를 검색했을 것이라는 지적부터 나왔다.
면생리대 사용을 준비하기 위해 ‘혈흔’이라는 단어를 검색했다는 변명에 대해서도 여성들의 반박이 쏟아졌다. 생리대 때문에 검색을 했다면 ‘생리혈’이라는 단어를 썼지 ‘혈흔’이라는 검색어를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 게 여성들의 주장이다.
설령 ‘혈흔’이라는 단어를 쓴다 해도 ‘혈흔 세탁법’ 등을 검색했지 ‘혈흔’만 검색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은 여성 네티즌도 있었다.
특히 ‘수갑’을 검색한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의 남편의 성적 취향을 거론하며 원만한 부부생활 유지를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실소가 섞인 조롱이 이어졌다.
▲ 버닝썬에서는 '물뽕'... 졸피뎀 검색할 이유없어
버닝썬 사건 관련 기사를 검색하기 위해 '졸피뎀'을 검색한 것일 뿐 살인을 계획한 것이 아니라는 고유정의 변명 역시 거짓말로 드러났다.
버닝썬 사건에서 논란이 된 것은 ‘물뽕(GHP)’였지 졸피뎀이 아니기 때문이다.
졸피뎀은 수면장애를 겪는 환자들에게 처방되는 수면유도제다. ‘데이트 마약’으로 불리며 정신을 잃게 만들지만 외관상 일상적인 모습과 차이가 없는 ‘물뽕(GHP)’와는 전혀 종류가 다른 약물이다. 버닝썬 사건과 ‘졸피뎀’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현직 경찰관계자들은 “이혼 전에도 과도한 성욕과 변태적 성관계를 상습적으로 요구한 적 있다는 전 남편과 같이 펜션에 투숙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재혼까지 한 상태에서, 더구나 법률분쟁이나 증오감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도 변태성욕이 강한 전 남편과 같은 공간에서 숙박을 함께 하는 등 장시간 머무르기로 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느냐”라고 꼬집기도 했다.
성폭력 사건을 전담했던 현직 검사(여, 사법연수원 33기)는 “만약 성폭력 시도가 정말 있었다면 그 당시 정황과 사실관계에 대한 진술만 자세히 들어보면 어느 정도 진위여부를 가릴 수 있다”면서 “만약 사실이라면 고유정은 지금보다는 훨씬 구체적인 진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짓으로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는 경우 구체적 진술 단계로 들어가면 한계를 보이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을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대형로펌 소속의 한 현직 변호사(47, 연수원 29기)는 “법정에서 피고인들이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는 일은 다반사”라면서 “하지만 변호인이 의뢰인 측에 너무 휘둘려서는 안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다만 “고씨 측 변호인들이 재판을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도 엿보인다”면서 “검찰이 이를 방어하면서 객관적 증거를 얼마나 제시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