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신문 "日 한국 수출 규제, 아무리 봐도 경제제재"
2019-08-10 20:08
정황 따져보니 지난 6개월간 치밀하게 준비한 보복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성 경제제재가 분명하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일본 정부는 수출 관리 차원이라고 주장하지만, 여러 정황을 따져보면 지난 6개월 여간 치밀하게 준비해온 보복성 제재라는 것이다.
10일 도쿄신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나오고 2개월여 후 정치권에서 불거진 제재 움직임을 분석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경제 제재를 염두에 둔 것은 지난 1월부터다.
자민당은 1월 11일 외교부회와 외교조사회 합동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한국에 불화수소(에칭가스)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카이케 마사아키(赤池誠章) 참의원은 "사람과 물건, 돈 등 3개 영역의 경제제재를 구체적으로, 바로 가능한 것부터 시행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사용되는 세정제인 불화수소 등의 전략물자 공급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신문은 이에 대해 일본 정부가 지난달부터 시작한 수출 규제 강화는 아카이케 의원이 올 1월 주장한 제재안이 실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도쿄신문은 일본 정부 핵심 인사들의 발언 내용도 경제제재의 근거로 삼았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이 지난달 1일 수출규제 대책 발표 직후 트위터에 올린 글을 언급했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구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일본 관리들이 징용피해자를 부르는 말) 문제에 대해 G20(6월 28~29일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까지 (한국 정부가)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아 신뢰 관계가 크게 손상됐다"고 주장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지난 3월 국회에서 한국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대항 조치로 "관세에 국한하지 않고 송금 정지, 비자 발급 정지 등 여러가지 보복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련 언급을 자제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역시 지난 6일 "한·일청구권협정에 위반하는 행위를 한국이 일방적으로 해서 국제조약을 깨고 있다"며 "(한국이) 약속을 먼저 확실히 지키면 좋겠다"고 말해 제재임을 사실상 인정했다.
도쿄신문은 "아베 정부와 집권 자민당이 지난 6개월여 동안 한국을 겨냥한 제재를 준비해 왔다"고 분석하며 "이런 복선이 있는데도 지금에 와서 제재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억지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일본이 경제 제재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정치 저널리스트인 스즈키 데쓰오(鈴木哲夫)씨의 말도 언급했다.
그는 "보복이라고 인정하는 순간 (양국) 관계는 한층 악화돼 해결책은 멀어진다"며 "내년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의 보이콧으로도 이어질 수 있고 한국은 북한과 단일팀을 구성할 예정이라 남북한이 함께 불참하면 일본은 국제적으로 큰 망신을 당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