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계속되는 연준 탓…"어떻게 더하냐" 불만 ↑

2019-08-09 20:09
금리인하에도 달러강세 띠자 비판…금리 추가인하 압박
NYT "실업률 낮은 상황에서도 국회·연준에서 지원받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준에 대한 불만 토로를 멈추지 않고있다. 7월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달러가 강세를 보인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사건건 연준을 걸고 넘어지면서,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낮은 실업률과 상대적으로 견고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의회와 연준은 경기부양을 위해 할만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사람들은 내가 미국 대통령으로서 강한 달러에 대해 매우 신나해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중앙은행의 금리가 달러 강세를 유지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캐터필러와 보잉, 존 디어, 미국 자동차 회사 등과 같은 우리의 위대한 제조기업들이 동등한 운동장에서 경쟁하는 게 어렵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인플레이션이 없다"면서 "금리를 대폭 내리고 양적긴축을 중지한다면 달러는 미국 기업들이 어떠한 경쟁에서도 이기게 해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기업들을 갖고 있지만, 불행히도 연준에 대해서도 똑같은 평가를 내릴 수 없다"면서 "연준은 매번 잘못된 결정을 내렸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기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만약 연준이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상상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양적완화에 더 속도를 내도록 쉴새없이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난주에도 트위터에 "연준으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못받는다"라고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채찍질에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연준은 물론이고 의회도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경기부양을 위해 할만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불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미국 경기 부양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계속되는 경기호조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권에 비해 낮은 이자율을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의회 역시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지원을 해주었다. 세금 감면을 비롯해 연방정부의 대규모 지출을 허용해 준 것이다.

NYT는 "이같은 부양책들은 경제성장률을 높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벌일 당시 완충재 역할을 해줬다"면서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 탄탄한 경제가 언제까지 보호막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시장은 이미 추가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경제가 견고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처럼 저금리가 지속되는 것은 흔치않은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미국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인 4%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정부는 1.5조 달러 규모의 감세를 시행했다. NYT는 "트럼프 정부는 실업률이 낮은 상황에서 확장 재정과 완화적 통화정책이라는 흔치않은 환경을 누려왔다"고 지적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 연방정부의 적자는 실업률이 내려갈 경우 대부분 줄어들지만, 트럼프 정부에서 이같은 공식이 깨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2019년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는 1조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8년보다 무려 25%나 늘어난 것이다. 트럼프 취임 뒤 국가부채의 규모는 물론이고,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늘었다. 세계 2차대전이후 실업률이 5%도 안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다른 어느 정권보다도 재정적자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가고 NYT는 지적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종종 자신을 연준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이고, 연준이 자신의 말에 따랐다면 경제가 더 빨리 성장했을 것이라고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처럼 연준에게서 많은 지원을 받은 대통령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미 많은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계속 밀어부칠 경우 성장률은 더 둔화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알루미늄을 비롯한 부품의 가격이 오르고, 중국의 보복조치가 더해질 경우 미국의 경제는 더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글로벌 제조업의 둔화와 영국의 EU탈퇴와 같은 불확실성 탓에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준이 금리를 더 인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연준은 올해 무역갈등과 세계경제 성장 우려를 상당히 의식하며 정책을 펴왔다"면서 올해 2차례 이상의 금리인하가 있을 수 있지만, 연말에는 물가상승으로 인해 인하가 멈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준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계속되는 연준 압박에 대한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임스 불라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6일 “연준이 무역 관련 발언에 일일이 대응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역전쟁에서 공격을 주고 받을 때마다 연준이 대응하는 것을 통화정책을 불안정하게 할 것”이라며 “연준은 이미 무역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보험으로 지난 7월 금리인하를 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