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도 용인?...中 대미 반격 세계 경제 흔드나
2019-08-08 08:34
中, 트럼프 재선 막으려는 듯...경기침체 용인 총공세 태세
중국 침체는 세계경제 침체...성장둔화 가속 中 역풍 경고도
중국 침체는 세계경제 침체...성장둔화 가속 中 역풍 경고도
중국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무역 공세에 맞서 경기침체를 용인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세를 불리고 있다고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의 경기침체는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를 촉발할 수 있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실패로 이끌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마츠자와 나카 노무라 금리 담당 수석 전략가는 이날 아시아 고객들을 만난 뒤에 낸 노트에서 "많은 투자자들은 중국이 트럼프의 재선을 막기 위해 경기침체를 용인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며 중국의 경기침체는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CNBC는 중국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예고에 미국산 농산물 수입 중단, 위안화 무기화 등 자국 기업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강력한 조치를 취한 건 장기적인 합의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경제적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미리 보여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다음달 1일부터 연간 3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중단했고, 지난 5일에는 위안·달러 환율이 7위안을 넘는 '포치'를 용인했다. 미국은 중국이 환율을 조작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렸다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중단은 내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중서부 농업지역, 이른바 '팜 벨트(farm belt)'가 그의 표밭이기 때문이다.
마크 해펠 UBS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전날 쓴 투자노트에서 "중국이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시골 유권자들의 트럼프 지지기반을 흔들기 위한 수단으로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더 제한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포치(破七)'를 용인한 건 대미 항전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방증이라고 본다. 위안화 약세는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지만, 중국에서 자본이탈을 부추기는 촉매이기도 해서다. 동시에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한 건 트럼프의 허를 찌른 것이기도 하다. 그가 줄곧 달러 강세를 문제삼으며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금리인하 압력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비앙코 DWS그룹 CIO는 "중국이 미국의 리더십 교체를 기다리고 싶어하는지 모른다"며 "필요하다면 중국은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부수적인 피해를 감수하고 트럼프의 재선을 위태롭게 하기 위한 선별적 조치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같은 전략이 역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의회에서 여야가 트럼프의 대중 반무역 공세를 지지해왔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해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도 미·중 무역협상 분위기가 더 좋아지길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더욱이 위험을 무릅쓴 중국의 대미 공세는 이 나라의 성장둔화를 가속화해 중국 지도부가 극도로 꺼리는 사회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 안 그래도 중국은 홍콩에서 연일 이어지고 있는 시위로 골치를 앓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성장률은 6.6%로 1990년 이후 가장 낮았다. 올 2분기 성장률은 27년 만에 최저인 6.2%에 그쳤다.
노무라의 마츠자와 전략가는 중국의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면 디플레이션에 따른 채무위기가 디플레이션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