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약세장 진입..미·중 갈등에 수요둔화 우려↑

2019-08-07 07:17
브렌트유, 4월 전고점 대비 20% 넘게 떨어져
미·중 무역전쟁 격화·장기화 조짐에 시장 위축
"中, 이란 원유 수입 늘리면 유가 40달러 될 수도"

국제유가가 전고점 대비 20% 넘게 떨어지는 약세장에 진입했다. 미국과 중국의 강대강 대치 속에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이 보이면서 투자자들은 세계 경제 둔화와 그에 따른 원유 수요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근월물은 6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59달러 아래로 미끄러졌다. 4월 기록한 전고점에 비해 22% 넘게 떨어진 것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9월물은 전일비 1.9% 내린 배럴당 53.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9월 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 3000억 달러어치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기습 발표한 것이 원유시장에 대형 악재로 작용했다. 1일 하루에만 국제유가가 7% 가까이 떨어졌다. 로버트 맥낼리 라피단에너지그룹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기습 관세 발표는 경제둔화 망령을 되살려내면서 원유 수요 전망에 찬물을 뿌렸다"고 말했다.

여기에 5일 중국 위안화가 급락하고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시장 심리는 더 얼어붙었다. 무역전쟁이 관세에서 환율까지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단기에 수습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미국과 중국 모두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다면서, 2020년 미국 대선까지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지 못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2일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ML)는 중국이 미국의 제재를 무시하고 이란산 원유를 대규모 수입하는 대미 보복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의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에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지난 6월 일일 53만 배럴까지 줄었다. 1년 만에 5분의 1로 쪼그라든 것이다. 지난해 5월 기준으로는 일일 260만 배럴이었다. 만약 중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늘리면 미국의 제재로 묶여있던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풀리는 것이기 때문에 유가는 공급 측면에서 큰 하방 압력을 받게 된다. BofA-ML은 이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40달러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