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등 전 연준 의장들 "중앙은행 독립성 인정하라"

2019-08-06 18:09
트럼프 대통령 노골적 개입 겨냥…"징치적 개입은 경제악화 불러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들이 중앙은행의 독립성 확보에 발벗고 나섰다. 연준 의장을 지냈던 폴 볼커를 비롯해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재넷 옐런 등 4명은 5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 기고문을 통해 연준이 단기적 정치 이익에서 독립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공동기고문에서 이들은 중앙은행을 겨냥한 정치적 압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기고문은 "선거철이 가까워질 때 정치 지도자들은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한 통화정책 시행을 요구한다"면서 "그러나 그 순간의 정치적 필요성에 따른 통화정책은 결국 경제적 성과를 악화시킬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경고는 취임 뒤 수차례 연준의 정책에 불만을 토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틈만 나면 연준을 공격하면서, 연준이 지난해 말 금리인상 결정을 한 것이 미국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연준이 금리만 내린다면, 주식시장은 물론 무역전쟁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5일에도 달러화 대비 중국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7위안을 돌파하자 중국이 환율 조작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연준은 듣고 있나?"라면서 압박을 가했다. 

지난달 말에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당시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파월 의장은) 이번 금리인하가 장기적이며 공격적 사이클의 시작이라는 것을 명확히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연준 의장들은 연준은 독립기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연준과 연준 의장이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허용되어야 하며, 정치적인 이유로 지위를 위협받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기고문에서 의장들은 “연준의 결정들은 경제 원리에 기반했지만,장기적으로는 국민들의 이익에 기반을 둔 비당파적이고 비정치적 결과물이라는데 모두 동의하고 있다"면서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연준의 판단과 행동이 단기적 정치적 압력과는 상관없이 경제 원리와 데이터에 기초할 때 경제가 가장 원활하게 작동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