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 성패는 '아시아나'에 달렸다
2019-08-06 16:23
통매각 vs 분리매각...포지셔닝·시너지 효과 불분명
사실 매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아시아나항공 그 자체다. 유동성은 차치하더라도 본업 포지셔닝 문제가 거론된다. 인수 주체와 항공산업의 시너지 여부도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리매각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인수 주체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지분 31.05%와 신주 발행(유상증자)에 따른 자금 납입 절차를 거쳐야 한다. 오는 9월 초 예비입찰을 거쳐 11월 내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통매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 자회사를 포함한 거래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분리매각 가능성도 열어뒀다. 흥행 실패를 염두에 둔 ‘플랜B’다.
매각 주체에게 통매각이 유리한 이유는 단연 ‘금액’이다. 자회사 가치를 더한 인수가는 물론 통상 20~30% 수준으로 책정되는 경영프리미엄도 붙는다. 반면 에어서울·에어부산 등을 분리매각하면 아시아나항공 가치가 낮아진다. 인수 주체들은 필요한 부문만 편입하게 돼 자금 부담을 덜 수 있다. 매각자와 인수자의 입장차가 극명해지는 셈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연 인수자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은 BBB-로 투자등급 턱걸이지만 시장에서는 ‘정크본드’ 수준으로 취급하고 있다. 그만큼 시장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면 직접 자금투입과 함께 신용등급이 오를 수 있다. 재무구조 개선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본업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국내 항공시장 내 포지셔닝이 불분명한 탓이다. 단거리 노선은 저가항공사(LCC) 등장으로 경쟁이 심화됐으며 장거리 노선은 경쟁사인 대한항공에 뒤쳐진다.
일각에서는 항공업 인수 주체와의 시너지를 언급한다. 정유, 숙박, 쇼핑 등과 연계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사실상 주요 대그룹이 인수주체로 떠오른 배경이 됐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종업종간 시너지 효과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함께 연계 사업 등을 거론하지만 실제로 그 파급력은 낮아지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그는 “패키지여행 대신 자유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등 연계성이 희미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설령 우량 주체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더라도 포지셔닝과 운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일하게 애경그룹만이 인수를 직접 표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애경그룹이 단독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수 있다.
가정이지만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항공사 운영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독과점 이슈가 발생할 수 있지만 각자 체제로 운영한다면 큰 무리는 없을 전망이다.
신평사 관계자는 “연관 산업 시너지는 상당히 복잡한 문제”라며 “예측하기 어려운 부문인 만큼 기대감은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동성 리스크 해소 이후에는 본원적으로 사업경쟁력과 수익 창출력 제고가 주요 모니터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통매각은 인수 참여자 제한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흥행 가능성을 낮추게 될 전망이다. 분리매각을 통한 인수 참여를 독려해야 매각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항공산업 진입장벽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경쟁강도가 심화되면서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 국제 홍보효과도 미미해 상징성도 잃어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유가, 환율 등 외부 변수에 노출이 높은 만큼 이에 대한 관리 능력과 함께 확실한 사업 연계 전략을 갖고 있는 주체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