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교보·영풍 문구코너까지 번진 日불매운동…“국산 볼펜으로 바꿨어요”

2019-08-06 15:51

6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소비자가 필기구코너 앞에서 구매할 볼펜을 고르고 있다. [사진=조아라 기자]

“일본 제품 불매 운동합시다!” “한국 볼펜 최고”

6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내 핫트랙스 필기류코너 테스트 종이에 적힌 글귀다.

평소 같았으면 의미없는 짧은 단어들만이 써있었겠지만, 일본의 경제보복이 심해지면서 불매운동 여파로 소비자들은 ‘일본’ ‘한국’이 들어간 문장으로 필기류를 테스트하고 있었다.

총 2118개의 볼펜, 샤프 등이 판매되고 있는 이곳에서 유독 ‘무궁화’ 표시를 한 모나미, 동아연필에서 출시한 국산 필기구가 눈에 띄었다. 평일 이른 시간임에도 핫트랙스를 찾은 중고교, 대학생들은 평소 즐겨 쓰던 일본산 필기구 대신 국산 제품으로 눈길을 돌렸다.

동아 3색 볼펜을 구매한 최정미씨(27·여)는 ”리필용 일본산 제브라(ZEBRA) 4색 볼펜을 써왔는데 리필이 별도 없는 국산 제품으로 바꿔서 구매했다”고 말했다. 리필을 쓸 수 없는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국산제품을 사용해 불매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다.

이처럼 필기구는 10~20대 중·고교, 대학생들이 사시사철 애용하는 소비재로,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상에서 일본 필기류 불매를 인증하는 등 저마다 나름의 일본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문구업계에서는 최근 일본 아베 정권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 전략물자 수출심사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한 이후 일본제품 불매운동 연령층이 3040세대에서 1020세대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학원 앞에서 문구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최영진씨(48·여, 가명)는 “최근 들어 예전에 인기 없던 ‘향기 나는 볼펜’ 등 국산 볼펜을 찾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1020세대는 일본제품 ‘불매’를 넘어 또래끼리 ‘애국’ 마인드를 고취하는 분위기다. 고등학교 2학년인 임정빈군은 “필통에 제브라(ZEBRA), 시그노 등 일본 제품이 있으면 친구들끼리 일본사람이냐고 놀리곤 한다”며 “대신 모나미 볼펜이 하나라도 있으면 애국자라며 띄워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종각역 영풍문고 문구코너에서 만난 대학생 김민선씨(21·여)는 “사실 일본 볼펜은 너무 비싸고, 상대적으로 국내 볼펜이 저렴해서 구매에 부담이 없다”면서 “800원짜리 볼펜 하나를 사면서 소소한 애국을 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6일 서울 종로구 영풍문고 종로본점 필기구 코너 내 볼펜 테스트 종이에는 일본 제품을 불매 운동하자는 문장이 씌어있다. [사진=조아라 기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필기구 시장은 연간 4조원에 이른다. 이 중 일본 업체가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날 광화문 핫트랙스 문구류 코너의 ‘2학기 멀티펜 코너’에 진열된 80개 제품 중 시그노 등 일본 제품이 52개에 이르렀다. 약 65%가 일본 제품인 셈이다. 전체적인 규모는 이보다 적지만 종각역 영풍문고 문구류 코너의 절반 이상도 일본 제품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에서도 일본 필기구 불매 운동이 확산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달 20일 기준 온라인 핫트랙스 필기구에서 인기제품 상위 10개 가운데 4개가 일본 제품이었다. 제브라의 ‘마일드 라이너’ 형광펜이 판매량 1위였다. 

그러나 일본 불매운동이 한달을 넘기면서 6일 현재 온라인 핫트랙스 판매량 상위 10개 제품 중 2개만이 일본 제품이다. 2주 전 필기구 인기제품 1위였던 ‘마일드 라이너’ 형광펜은 4위로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