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대선 앞두고 커원저 '신당' 창당 이유는?
2019-08-01 11:26
6일 '대만민중당' 창당대회 개최
2020년 총통선거 출마하면 차이 vs 한 양자구도 변화 예상
신당 창당으로 정치적 영향력 확대…2024년 대선 내다볼수도
2020년 총통선거 출마하면 차이 vs 한 양자구도 변화 예상
신당 창당으로 정치적 영향력 확대…2024년 대선 내다볼수도
내년 1월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와일드 카드’라 불리는 무소속 커원저(柯文哲) 대만 타이베이 시장이 신당 창당으로 지지세력 결집에 나선다. 대만 대선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대만 중앙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커 시장이 오는 6일 타이베이 대만국립대 병원 국제회의중심에서 '대만민중당'이라는 신당 창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커 시장의 한 측근 인사가 최근 대만 내무부에 신당 창당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민중당은 과거 대만의 항일 운동가였던 항일 선열인 장웨이수이(蔣渭水)가 1927년 창당했던 정당으로, 지금은 이미 해체된 상태다. 신당 창당 발표일인 8월 6일은 공교롭게도 커원저 시장, 장웨이수이의 생일과 겹친다.
커원저 시장은 1일 취재진과의 기자회견에서 신당 창당 등 자신의 정치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커 시장은 한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로 꼽혔던 인물이다. 외과의사 출신인 그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기존 정치인과 다른 신선한 이미지로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며 타이베이 시장에 당선됐다. 무소속이지만 당시 야권이었던 민진당과 연합해 16년간 '국민당 표밭’이었던 타이베이시에 국민당을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선 단독 출마해 국민당과 민진당 양당의 공세를 받았음에도 연임에 성공했다.
타이베이 시장 직은 대만 총통으로 가는 등용문으로 불린다. 마잉주(馬英九), 리덩후이(李登輝), 천수이볜(陳水扁) 등 대만 전직 총통 대부분이 타이베이 시장을 지냈다. 그의 출마설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만약 커 시장이 대선에 출마하면 대만 대선 구도에도 변화가 생기게 된다. 현재로선 대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 대선후보인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연임 도전에 맞서 중국국민당(국민당) 후보인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의 양자 대결전을 펼치고 있다. 대만 독립 노선을 제창하는 차이 총통과 달리 한 시장은 중국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친중파 정치인이다.
반면, 커 시장의 신당 창당으로 사실상 2020년 대선 출마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민진당 소속 타이베이시 의원 젠수페이는 커원저 시장이 신당을 창당한 것은 2020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커 시장이 신당을 창당한 최대 이유는 2020년 1월 총통 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입법회 선거(총선)에서 의석 수를 따내 2022년 타이베이시장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이어가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커 시장이 2020년이 아닌 2024년 총통선거 출마를 내다보고 있다는 얘기다.
대만 중앙통신도 커 시장이 신당 창당을 통해 내년 1월 총선에 참여할 수 있다고 내다보며, 궈타이밍(郭台銘) 전 대만 훙하이(폭스콘) 회장과의 협력 가능성도 시사했다. 궈 전 회장은 국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다가 한궈위 시장에게 뒤진 2위로 고배를 마신 인물이다. 앞서 정가에선 국민당 경선에서 탈락한 궈 전 회장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나오기도 했다.
대만 총통선거는 내년 1월 11일 치러진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양안(兩岸·중국 본토와 대만) 관계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이번 대선의 주요 이슈로 부각된 모습이다. 올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통일론'을 외친 데다가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로 대만 현지에선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통일론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다.
사실 2016년 집권한 차이잉원 총통은 친중 행보를 보인 국민당 마잉주 전 총통과 달리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고 대만 독립외교 노선을 걸으며 양안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는 차이잉원 총통 행정부에 외교·군사·경제 등 전방위로 압박을 가해왔다. 이에 차이 총통 집권 3년차 대만은 수교국 5개를 잃으며 국제 외교무대에서 설 자리를 잃어갔다.
이달부터는 중국인의 대만 비자 발급을 제한, 개인 자유여행을 사실상 잠정 중단시켰다. 홍콩 빈과일보는 올 하반기 중국 관광객이 약 70만명이 줄어들 것이라며 관광업계가 약 39억 대만달러(1480억원) 규모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또 한편으론, 중국 시장 공략을 노리는 대만 기업인과 청년에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당근과 채찍 전술을 동시에 구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