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일 무역분쟁 중재하나..."중지 협정 서명 촉구"
2019-07-31 07:45
로이터 "美정부, 한일 양국에 중지 협정 서명 제안"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와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등 일본의 경제 제재로 인해 한·일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분쟁 '중지 협정(standstill agreement)'에 대한 서명을 촉구하고 나서 중재자 역할을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30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한·일 양국에 협상 기간 동안 분쟁을 멈추는 분쟁 중지 협정에 서명을 검토하라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중지 협정이 양국 간 문제를 즉시 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조치를 취하는 대신 일정 기간 동안 심각한 외교 분쟁을 일단 멈추고 협의하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분쟁 중지의 기간이 어느 정도가 될지는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지지통신은 "새로운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한 중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일 긴장 완화를 위한 중재를 요청했다'며 '일본에서도 요청이 있으면 중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간 직접적 개입을 꺼려오던 트럼프 행정부가 기조를 바꾼 것은 이번 사태를 방치할 경우 한미일간 대북 안보 공조 등에 균열이 생길 수 있는 데다 미국 기업 등에도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 어렵다면서 '당사자 간 해결'을 제안했던 트럼프 행정부가 구체적인 대안을 꺼낸 만큼 본격적인 중재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태국 방콕에서 진행되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회의 일정이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아세안외교안보포럼(ARF)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한미일 외교부 장관 회담을 열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이 본격적으로 관여해 악화일로로 치닫는 한·일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일본 정부는 오는 8월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을 담은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할 전망이다. 화이트리스트에서 빠지면 첨단기술과 전자부품을 수출할 때 일본 정부의 별도 심사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던 한국 정부는 오는 8월 24일까지 연장 여부가 결정돼야 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과 관련 "모든 옵션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