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시대’ 활짝…LPGA 투어 ‘전관왕 석권’ 성큼

2019-07-29 11:59
에비앙챔피언십 최종일 역전 우승
시즌 3승‧메이저 2승‧통산 5승 수확
5주 만에 세계랭킹 1위 자리 복귀
상금‧올해의 선수‧평균타수 등 1위


‘고진영 시대’가 활짝 열렸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시즌 신인상을 수상한 고진영이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복귀하며 투어 2년차 시즌에 주요 타이틀 부문 싹쓸이 도전장을 던졌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고진영이 대형 태극기 앞에서 우승트로피에 키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제공]


고진영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410만 달러)에서 최종합계 15언더파 269타를 적어내 우승을 차지했다. 악천후 속에 치러진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타를 줄여 13언더파 공동 2위인 김효주와 펑산산(중국), 제니퍼 컵초(미국)를 2타 차로 따돌렸다.

고진영은 올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3월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뒤 4월 열린 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먼저 시즌 3승 고지에 오른 고진영은 메이저 대회에서만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미국 무대 도전 2년 만에 통산 5승을 수확했다. 2015년 PGA 챔피언십과 브리티시오픈을 제패한 박인비 이후 한 해에 메이저 2승을 거둔 건 4년 만인 올해 고진영이 처음이다.
 

[우승 승부처인 17번 홀에서 버디로 쐐기를 박은 뒤 주먹을 불끈 쥔 고진영. 사진=AP 연합뉴스 제공]


◇ 독기 품고 4타차 뒤집은 역전 드라마

고진영의 우승은 낙관하기 힘들었다. 3라운드까지 김효주가 1타 차 단독 선두에 올랐고, 세계랭킹 1위 박성현이 2위에 올라 있었다. 고진영은 박인비와 함께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3위로 마지막 날에 나섰다.

고진영이 독기를 품은 건 3라운드를 마친 이후였다. 마지막 날 우승후보로 자신의 이름이 거의 언급되지 않은 것에 서운했다. 고진영은 “어제 경기 끝나고 기사를 봤는데 제 기사가 별로 없더라. 4타 차도 아직 모르는데 메이저 대회에서 제 기사가 없는 게 속상했다”면서 “오늘은 열심히 해서 제 기사가 많이 나오고 저를 아는 분들이 그 기사를 읽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효주, 박성현과 함께 챔피언조에 속한 고진영은 치열한 우승 경쟁 속에서 보란 듯이 가장 안정적인 경기력을 펼쳤다. 박성현이 11번 홀(파4)에서 더블 보기를 기록하는 등 샷 난조로 먼저 무너진 사이 고진영은 꾸준히 김효주를 압박했다. 결국 김효주도 14번 홀(파3)에서 트리플 보기로 3타를 잃으며 자멸했고, 역전에 성공한 고진영은 17번 홀(파4)에서 버디로 우승 쐐기를 박았다.

에비앙 챔피언십은 우승자를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연다. 스카이다이버 3명이 우승자의 국기를 펼쳐 들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세리머니를 선보여 자긍심을 높여준다. 고진영은 이 태극기를 양손에 받아들고 태극기 휘날리는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날 미소를 보이던 고진영은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고진영은 “진짜 안 울려고 했는데 낯선 땅에서 태극기가 하늘에서 내려오고 애국가가 울릴 때는 참을 수 없게 벅찼다”며 “감격스러웠고 한국인이라는 게 굉장히 자랑스러웠다”고 눈물의 의미를 전했다.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울음을 터뜨린 고진영. 사진=AP 연합뉴스 제공]


◇ 세계랭킹 1위‧전관왕 타이틀 ‘눈독’

시즌 메이저 2승은 고진영이 올해를 자신의 해로 만들 수 있는 큰 수확이었다.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으로 주요 타이틀 전 부문에서 선두로 올라섰고, 세계랭킹 1위 자리도 되찾았다.

시즌 상금랭킹 2위였던 고진영은 이 대회 우승상금 61만5000달러(약 7억2000만원)를 받아 시즌 상금 198만3000달러를 기록하며 1위에 등극했다. 2위로 밀린 이정은6과 격차도 약 33만 달러로 벌렸다.

이미 1위를 달리고 있던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도 189점을 기록한 고진영은 2위 박성현(111점)을 무려 78점 차로 따돌렸고, 평균타수 부문에서도 69.109타로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또 레이스 투 CME 글로브 포인트에서도 3199점으로 압도적 1위에 올라 시즌 보너스 100만 달러까지 차지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고진영은 박성현에게 내준 세계랭킹 1위 자리도 5주 만에 되찾아 명실상부한 올해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고진영의 우승과 함께 한국 선수들의 올해 LPGA 투어 시즌 최다승(15승) 도전도 순항을 이어갔다. 올해 열린 4차례 메이저 대회 가운데 3승을 따낸 한국 선수들은 21개 대회에서 절반에 가까운 10승을 합작했다. 앞으로 남은 11개 대회에서 6승을 추가하면 2015년‧2017년 15승 이후 역대 한 시즌 최다승 기록 경신이 가능하다. 한국 선수들의 선봉장인 고진영은 8월 1일 2주 연속 열리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시즌 세 번째 ‘메이저 퀸’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