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의원, 미국 워팅선 회의서 '日 수출규제' 놓고 설전

2019-07-28 15:53
"아베 분신 같아" vs "한국 신뢰 잃었다"

미국 워싱턴에서 26일(현지시간) 개최된 한·미·일 의원회의에서 ‘일본 수출규제’ 문제를 두고 한·일 의원들이 설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친목 성격의 모임이지만, 한·일 양국이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만큼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한국 대표단 단장인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워싱턴 한국문화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는 일본 정부가 취한 일련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지적을 했다”며 “일본 측에서는 한국 측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의견 개진이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양국 의원들은 ‘일본 수출제한’,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 배제 문제’를 놓고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 의원들은 일본의 수출제한과 화이트 국가 제외 검토가 ‘강제 징용 대법원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점을 들어 부당성을 주장했다.

반면, 일본 측은 강제 징용 대법원판결이 ‘1965년 국교 정상화에 관한 한일협정 위반’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한국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거친 말도 꺼낸 것으로 전해졌다.

박경미 민주당 의원은 “경제보복이나 강제징용 관련해 일본 측에서 거칠게 얘기해 저희도 그에 대응해 비슷한 수위로 얘기하기도 했다”며 “아베 총리의 ‘분신’인 것처럼 도발하는 의원도 있었지만, 강제징용 관련해 건설적인 의견을 제안한 의원도 있었다”고 밝혔다.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민당 의원들은 일본 정부의 입장을 듣고 상당히 준비를 해왔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바세나르 협약을 들어 ‘수출 규제는 보복이 아니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세연 의원은 “이번 회의로 바로 해결책이 도출되는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의회 간 대화는 상당히 의미가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아베 정부가 얘기하는 것과 결이 다른 양심적이고 합리적인 목소리가 (일본) 의회 안에 존재한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미국 의원들은 중재적인 입장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미국은 한·일 의원들이 너무 열을 올리면 찬물을 한 바가지씩 끼얹어주는 상황이었다”며 “회의를 원만하게 이끌고 중재하려고 노력했지만, 내용에 개입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한·미·일 의원회의에는 대표단 단장을 맡은 정세균 의원을 비롯해 이수혁·박경미 민주당 의원, 최교일·김세연 한국당 의원, 유의동·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이 참석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한국 의원 대표단이 26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의회에서 열린 한·미·일 의원회의에 참석해 논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