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눈 앞의 한국경제] KDI의 경고, 현실화되나

2019-07-29 01:00
지난 5월 KDI의 경제보고서 통해 2020년대 1.7% 평균 성장률 경고
한국경제,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잃어버린 10년' 접어들어
추경 연기, 일본 경제보복 등 안팎 요인에 성장률 반전 열쇠 찾기 힘들어

한국경제의 성장 기반인 반도체 수출이 흔들릴뿐더러 일본의 수출 규제 여파까지 겹치는 등 경기 반전을 위한 동력 마련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연합뉴스]


올해 우리나라의 2%대 경제성장마저도 불안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 3.1%를 찍고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축배를 든 지 얼마 되지 않아 경제성장률은 이듬해 곧바로 2%대로 내려앉았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전망을 2.2% 정도로 하향조정할 정도다. 이대로라면 1%대 성장궤도로 떨어질 수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고를 흘려 들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외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는 이미 내년 총선 모드로 전환되는 분위기이며, 국외에서는 경제 및 안보 리스크가 불거지며 한국 경제 및 사회를 뒤흔들고 있을 뿐이다.

앞서 지난 5월 KDI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률 둔화와 장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경제가 2010년대에 연평균 3%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추세적인 하락'으로 평가했다. 또 생산성 향상 없이 2010년대와 같은 수준으로 산업체계가 이어질 경우, 2020년대에는 1.7% 수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경고한 바 있다.

2019~2020년 '총요소생산성' 성장 기여도가 0.7%포인트에 머물 것으로 가정할 때, 추가적인 성장률 하락을 예상하기도 했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과 자원을 제외하고 △기술 △제도 △자원배분 등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나머지 요소를 모은 것이다. 경제 효율성을 알려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한국 총요소생산성 성장 기여도는 2000년대 1.6%포인트에서 2010년대 0.7%포인트로 급속히 하락했다. 저성장 기로에 선 한국경제를 단숨에 반전시키는 게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경제성장을 위한 동력 찾기가 이미 늦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리나라 역대 경제성장률.[그래프=이경태 기자]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1960~2018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수차례 변곡점을 거치며 연이어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여왔다.

1980년 석유파동(-1.7%), 1998년 외환위기(-5.5%),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7%) 등이 산업화 이후 한국경제의 위기로 손꼽힌다. 당시만 해도 위기 극복 이후 곧바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1981년에는 7.2% 성장세를 보이며 1년 만에 8.9%포인트나 뛰어올랐다. 1999년에도 11.3%를 기록, 전년 대비 16.8%포인트의 성장 곡선을 그렸다. 2010년 역시 6.5%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전년 대비 5.8%포인트에 달하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다만, 올해 1% 후반 또는 2% 초반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다해도 이를 회복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엔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고개를 저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한국경제는 이미 박근혜 정부 들어 '잃어버린 10년'의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며 "경제를 끌어올리고 산업의 체질을 바꿔야 할 시기에 제대로 해놓은 일도 없고 악화된 경제상황을 방치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저성장 기조나 후퇴는 내년 총선을 넘어 차기 대통령 선거 시기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정책적인 궤도 수정이나 큰 틀의 변화 역시 마련해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역시 저성장 기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정책 실기 역시 인정하는 눈치다.

당초 KDI의 1% 후반대 경제성장 예측에 대해 정부는 당시만 하더라도 인정하지는 않았다. 올해 본예산의 조속한 투입과 함께 이미 지난 4월 6조7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까지 국회에 제출한 만큼 재정으로 경기 하락폭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낙관론은 국회의 추경 논의가 연기되면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분위기다. 6조7000억원의 추경 투입으로 0.1%포인트 성장 발판을 마련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역시 사라졌다. 적극적인 재정 운용을 통해 경제 성장을 견인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하반기 국정 운영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일본의 경제보복성 수출 규제로 한일 관계가 경직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느닷없이 일본이 꺼내든 수출 규제는 한국경제엔 뼈 아픈 리스크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의 불합리한 규제를 제소한다 해도 올해 한국산업이 입을 타격을 회복하기는 역부족이다. 

경제성장을 이끄는 반도체 수출이 흔들리는 만큼 정부가 기대했던 '상저하고(上低下高)'는 오히려 역전될 위기에 처했다. 

한 경제학자는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1.1%로 2017년 3분기(1.5%) 이후 7개 분기 만에 최고치를 보였으나 재정 효과 비중이 높다"며 "우리나라 산업환경에서 기업이 스스로 투자하고 경쟁력을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성장률은 반짝 성장에 그치고 하반기에 상당 폭의 하락세가 예고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