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백스톱 조항 빼달라" 英총리 요구 일축
2019-07-26 10:33
英총리, "EU와 재협상 통해 백스톱 폐기할 것"
EU 집행위원장, "현재 합의안이 최선이자 유일"
EU 집행위원장, "현재 합의안이 최선이자 유일"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정에서 '백스톱(안전장치)' 조항을 빼야 한다는 보리스 존슨 영국 신임 총리의 요구를 일축했다. 영국이 EU와 합의 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B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25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첫 연설을 갖고 오는 10월 31일까지 브렉시트를 완수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그리고 백스톱 폐기를 위해 EU와 재협상을 시도하는 한편 즉각 노딜 브렉시트 대비에도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나는 EU와 합의 하에 탈퇴하는 것을 훨씬 선호한다"며 "마지막 단계에서도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재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그는 "독립을 중요하게 여기는 나라라면 누구라도 경제 독립과 자치권을 양도하는 백스톱 조항에 동의할 수 없을 것"이라며 EU에 백스톱 폐기를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백스톱(안전장치) 조항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EU와 맺은 브렉시트 협정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된 부분이다. 영국이 EU를 탈퇴한 뒤에도 별도의 합의가 나올 때까지 영국 전체를 EU의 관세동맹에 잔류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 사이에 '하드 보더(국경 통과 시 엄격한 통행·통관 절차 적용)'가 생기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존슨 총리를 포함한 브렉시트 강경파는 이 조항이 영국을 EU 속국으로 남게 한다며 강력히 반발해왔다.
EU는 재협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존슨 총리의 백스톱 폐기 요구를 일축했다. EU 행정부 수장 격인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존슨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EU가 종전의 탈퇴 합의안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융커 위원장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미래관계 정치선언'은 기꺼이 손을 댈 수 있겠지만, 다른 조건의 경우 메이 총리와 맺은 탈퇴 협정과 양립 가능할 때에만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셸 바르니에 EU 측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 역시 이날 브뤼셀 주재 EU 대표들에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존슨 총리의 연설이 "꽤 전투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백스톱 조항 폐기에 관한 EU의 입장은 "당연히 수용 불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딜 브렉시트는 EU의 선택이 아니겠지만, 존슨 총리가 노딜 브렉시트 대책 마련을 우선시하는 상황에 맞춰 EU 역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의 강령 안에서 건설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됐다"며 여름 내내 영국와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존슨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EU 탈퇴 협정에 관계없이 영국에 거주하는 EU 회원국 주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