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석 칼럼] 일본發 위기에 '750만 해외韓人'의 힘을
2019-07-26 06:16
도나우강이 잔잔히 흐르는 오스트리아 빈은 전 세계 음악가들이 찾는 꿈의 무대이다. 이곳에서 한인과학자 650여명이 모여 차세대 기술과 산업을 놓고 머리를 맞대는 유럽-한국 과학기술 콘퍼런스(EKC 2019)가 열렸다. 금년도 EKC의 주제는 ‘발전과 지속가능성(Advancement and Sustainability)’이었다. 인류가 지속가능하면서도 동시에 인류에게 필요한 발전을 이룰 수 있기 위한 과학기술계의 역할과 이를 위한 다양한 주제를 활발하게 논의하였다.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와 화려한 색채의 화가 클림트로 잘 알려진 오스트리아에 한인 음악도는 많지만 한인 과학자들은 몇 되지도 않는데 왜 이곳에서 개최되었나 싶었다.
이번에 새로이 안 사실은 오스트리아는 과학분야에서만 1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히든챔피언 수도 200여개로 유럽국가 중 독일에 이어 2위의 기술강국이란 점이다. 또한 이번 행사를 위해 빈 시에서는 별도의 산업기술혁신 포럼을 개최하여 한국과의 첨단 산업기술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빈 시청 연회장을 흔쾌히 내주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기초과학 육성과 상용화는 물론 국제협력을 통해 히든챔피언으로 육성해 나가는 오스트리아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유효성이 이번 행사를 통해서도 피부에 와 닿았다.
EKC는 미국에서 주요 도시를 돌아가며 개최되는 미국-한국과학기술 콘퍼런스(UKC)와 다르게 유럽의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하게 활동 중인 과학자들이 참가한다. 콘퍼런스에서는 수많은 최첨단 기술 및 연구 성과들이 발표되고, 전문가 토론을 통해 지식과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현재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해법들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이번에 유럽에서 개최된 과학기술자회의를 통해 인지한 바에 따르면 해외 한인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도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대안’으로 여겨진다. 과거를 돌아보면, 해외 한인 경제네트워크들이 매번 경제 위기 때마다 도움이 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1981년 산업부와 코트라 주도로 설립된 세계한인무역협회(World-OKTA)를 들 수 있다. 1980년대 오일쇼크와 통상마찰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모국상품 구매단’ 파견을 통해 우리 수출을 촉진하였고,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시에는 달러 송금과 달러 계좌 개설 운동을 하는 등 외환위기 극복에도 힘을 보탰다. 지금도 청년인턴 및 직원 채용사업을 통해 청년 실업해소에 참여하고 있다. 아울러 매년 세계한인경제인 대회를 개최하여 수출상담회를 통해 지역 중소기업들의 수출 파트너로서 역할도 하고 있다. 여기에 해외에서 경제계에 종사하는 동포들이 참가하는 한상대회가 동포재단 주관으로 매년 열리면서 한상들의 경제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진출도 우리 기업들의 시장 다변화에 기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해외 디아스포라의 활용사례로 세계 3대 상인이라 불리는 이스라엘의 유대상인, 중국의 화상(華商), 인도의 인상(印商)을 들 수 있다. 이스라엘은 1800년대 후반부터 팔레스타인 일부지역에 정착촌을 만들기 시작하여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국으로 인정받았으나 불모의 땅에 불과하였다. 세계 각지에 퍼져 있던 유대인들은 키부츠 제도를 만들고 해외에서 기술을 들여와 국가의 기틀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최근 이스라엘이 창업국가로 발돋움한 것도 해외 유대상인들이 적극적인 투자와 마케팅을 통해 글로벌화를 지원한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의 해외동포는 750만명에 달한다. 전 세계 곳곳에서 기업인으로, 학자로, 전문가로 대활약을 하고 있다. 이들이 가진 역량과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신뢰와 협업의 대한민국-글로벌 네트워크’가 구축된다면,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