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협 대비’… 대만, 내년 국방비 13조원 투입

2019-07-25 08:46
올해보다 149억 대만달러 증액할 것
中국방백서엔 강하게 반발

갈수록 높아지는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대만이 내년 국방예산을 올해보다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대만 자유시보가 25일 보도했다.

자유시보는 오는 26일 대만 정부가 2019년도 중앙정부 예산심의회를 개최할 것이라는 소식을 알리면서 “대만은 국가안보 수요에 따라 내년 국방예산을 올해보다 140억 대만달러 증가한 3600억 대만달러(약 13조6599억원)로 증액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이번 회의에서 국방예산 증액을 강하게 주장할 것이며 이와 관련 쑤전창(蘇貞昌) 대만 행정원장(총리)과 논의를 거칠 것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차이 총통은 최근 몇 년간 대만 국방예산 늘리기를 강조해왔다. 그는 “대만은 국방 예산을 매년 최소 2%씩 늘려야 한다”며 “중국의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 늘린 예산으로 군 시스템을 구축하고, 무기를 구매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자유시보는 전했다.

이는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취임한 후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 관계가 악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전방위적인 위협이 지속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중국 국방부가 전날 발표한 ‘신시대 중국 국방백서’에선 대만 문제와 관련 “우리는 무력 사용 폐기를 약속하지 않는다”며 “중국 군대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국가의 통일을 지켜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만이 분리독립 움직임을 보일 경우 무력 동원 옵션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대만은 강력히 반발했다. 대만의 중국 담당 부처인 대륙위원회는 24일 성명에서 "베이징 당국이 대만에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떠드는 것에 단호히 반대하며 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대륙위는 "중국 공산당의 도발 행위는 양안의 평화에 충격을 줄 뿐만 아니라 지역의 안정과 질서를 해치고 주변 국가를 불안하게 한다"며 "대만 해협 안정의 가장 큰 위협은 바로 대만 무력 침공을 포기하지 않는 중공"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대륙위는 중국은 국방백서에서 '중국 위협론' 불식에 나섰지만 이는 모두 거짓말이라면서 국제사회가 계속 경계심을 갖고 중국을 억제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중국은 이날 국방백서에서 전체적으로 방어적 국방 정책을 강조하고 패권 및 확장을 도모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해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압력이 커지는 '중국 위협론' 해소에도 방점을 뒀지만 대만을 향해서는 역대 백서 중 가장 강경한 메시지를 담았다.

특히 중국은 백서에서 대만이 '양인(洋人)을 끼고 자기를 높이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대만 통일을 위해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인을 끼고 자기를 높인다'는 말은 차이 총통이 이끄는 대만 정부가 미국 정부와와 밀착하고 있는 모습을 비꼰 것이라고 해석된다.

사실 중국의 '무력통일 불사' 발언은 이번에 처음 나온 게 아니다. 연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공개 연설에서 비슷한 언급을 한 바 있다.

다만 대만에서는 1998년 중국이 국방백서를 펴낸 이래 가장 강경한 대(對) 대만 메시지가 백서에 포함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