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窓으로 경제보기 <28>] 경제계와 스포츠계의 ‘기수 문화’
2019-07-24 15:14
25일 0시부터 2년 임기를 시작하는 윤석열 검찰총장(59․사법연수원 23기)의 사법연수원 선배및 동기 30명(모두 검사장급 이상)중 11명이 사퇴하거나 사의를 표명했다(24일 낮 12시 현재). 절반 이상이 옷을 벗을 것이라는 예상을 깬 ‘중폭 사임’이다. 검찰 역사상 검찰총장의 동기가 고검장 등으로 잔류했던 적은 있으나 선배 검사가 지휘부에 남은 적은 없어 검찰의 기수 문화 파괴에 법조계는 큰 관심을 쏟고 있다.
그간 검찰엔 검찰총장 취임시 선배나 동기는 용퇴를 해 총장이 소신껏 인사를 하는 관행이 있어 왔으나 이젠 총장의 선배가 총장의 지휘를 받는 ‘약간은 어색하고 불편한’ 조직 문화가 탄생하게 됐다.
재계에서도 젊은 회장이 취임시 나이많은 계열 회사 사장들은 거의 모두 옷을 벗는다. 물론 이는 ‘기수 문화’가 아닌 근무 계약이 해지되는 ‘강제 퇴임’이다. 회장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장들을 부리기가 껄끄러운 탓이다. ‘회장급’인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SK 최태원회장이 40~50대에 취임했을때 만 60세 이상 부회장과 사장들은 자연스레 정리가 됐다.
지난해 LG 총수로 부임한 구광모 회장(당시 40세)은 워낙 젊은 탓에 나이든 임원들이 거의 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LG 그룹의 사시(社是)가 ‘인화’인 탓도 있지만 젊은 회장을 잘 보좌하기 위해서는 노련한 경영자의 지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스포츠계에서는 검찰만큼 ‘기수 문화’가 세다. 어느 종목이든 신임 감독은 자신의 후배들로 코치진을 구성해 일사분란한 팀웍을 중요시한다. 이른바 ‘000 사단’으로 감독이 옮길 때마다 코치들도 함께 이동한다. 하지만 40대 감독에게는 노련한 코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위기 관리때, 혹은 지혜로운 전략이 필요할 때는 젊음과 패기보다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프로야구 LG 트윈스 류중일감독(56)은 현명하다. 자신보다 2년 선배인 신경식, 최일언을 타격과 투수 코치로 기용, 팀 전력을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다. LG는 빈약한 마운드와 타력을 두 코치의 열성어린 지도로 회복, 전반기를 예상보다 좋은 4위로 마치는 선전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