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계 풍운아' 정두언이 남긴 정신…차기 대권주자에 전하는 메시지
2019-07-23 11:18
故 정두언 떠난 지 꼬박 일주일…사회적 약자 챙긴 합리적 보수주의자
원칙과 소신·소통 중시한 비주류…"정치인 정두언 개혁적 보수 주춧돌"
정두언이 폭로한 '권력 사유화'…결국 헌정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정치적 고향 한국당에 '개혁' 주문…文정부에 '진영논리 타파' 과제 남겨
원칙과 소신·소통 중시한 비주류…"정치인 정두언 개혁적 보수 주춧돌"
정두언이 폭로한 '권력 사유화'…결국 헌정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정치적 고향 한국당에 '개혁' 주문…文정부에 '진영논리 타파' 과제 남겨
8년 전으로 기억한다. 이명박(MB) 정부 집권 4년 차 때다. 고(故) 정두언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다. 정권 말기였던 MB정부는 사실상 레임덕(권력누수) 국면에 접어들었다. 앞서 이상득 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퇴진을 촉구한 '55인 파동' 주역인 정 전 의원의 기세는 만만치 않았다.
동시에 불안했다. 권불십년이라고 했던가. 친이(친이명박)계는 그야말로 '지는 해'였다. 당내 역학 구도는 친박(친박근혜)계로 넘어갔다. 야권에선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이 야권대통합을 주장했다. 친노(친노무현)계가 주축인 '혁신과통합(혁통)'이 꿈틀댄 것도 이쯤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원외 시절 혁통을 통해 정치권에 입문했다.
정 전 의원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면 할수록 정치적으로는 손해였다. 차기 공천도 담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은 그 시절 '더불어 사는 세상'을 지향했다. 국회 출입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신자유주의'를 맹렬히 비판했다. 정 전 의원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4만 달러가 되는 것보다는 2만 달러라도 더불어 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포용적 복지국가'와 철학적 차이가 크지 않다. 적어도 출발선은 대동소이하다. 한 톨의 비판이 세상을 구원하지 못해도 누군가에는 작은 희망이 되고 싶다는 심정이었을 테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차기 대권 주자에게 주는 정치적 의미가 작지 않다.
◆보수정권서 '신자유주의 비판'한 정두언
23일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들이 꼽은 정 전 의원의 첫 번째 정신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다. '좌우보다는 아래'를 택하는 소신인 셈이다. 과거 한나라당 정풍 운동의 밑바탕도 여기서 출발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도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진영논리보다는 '주류 대 비주류'의 프레임을 깨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 전 의원은 MB정부 시절인 18대 국회에서 △노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 △사내하도급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대표 발의했다.
소기업 및 소상공인 신용카드 가맹점 보호를 골자로 하는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은 한나라당 소장파를 이끌었던 정태근 전 의원 등과 함께 발의했다. 정태근 전 의원은 정 전 의원 비보 소식 직후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오늘 같이 밥 먹자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MB에 맞선 정두언·정태근 전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은 당시 정권으로부터 사찰을 당한 핵심 인물이다. 남 전 지사는 지난 1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한 빈소를 찾아 하염없이 눈물을 훔쳤다. 이들과 한나라당 소장파를 이뤘던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안타깝고 황량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들이 기억하는 정 전 의원은 '합리적 보수의 주춧돌'이다.
◆'권력 사유화' 폭로···소통 중시한 실용주의자
정 전 의원의 두 번째 정신은 '원칙과 소신'이다. MB 정부 출범 초기부터 내부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정 전 의원은 윗선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이웨이'를 고집했다. MB 정부의 '권력 사유화'를 폭로한 이도 정 전 의원이다.
이들의 결기 있는 소신에도 청와대 권력의 벽은 높았다. 보수진영의 정풍 운동은 '시나브로' 사라졌다. 보수든 진보든 '소장파'라는 말을 들은 지 오래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2016년 정국을 뒤흔든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원인도 '권력 사유화'다.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여권 대선 주자들이 새겨들어야 하는 대목이다. 한국 정치에 필요한 것은 기득권 세력과 맞설 수 있는 결기라는 얘기다. 이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철학이기도 하다.
마지막 정신은 '합리적 리더십'이다. 그는 의원 시절부터 여야 모두와 소통하는 합리주의자였다. 현 정권에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정 전 의원 비보에 "함께 일하고 싶었는데…"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정 전 의원 빈소에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정치인이 다녀갔다.
정 전 의원을 가까이 지켜본 이들은 '남다른 상상력'을 가졌다고 치켜세웠다. 정 전 의원이 떠난 지 꼬박 일주일이 지났다. 정치계의 풍운아 정 전 의원이 그립다. 1978년 KBS 탤런트 공개모집에 도전했다가 가족의 반대로 최종심을 포기한 '인간 정두언', 2005년 느닷없이 가수에 데뷔한 '인간 정두언'. 그의 마지막 바람은 '권력의 우상을 깨는' 게 아니었을까.
동시에 불안했다. 권불십년이라고 했던가. 친이(친이명박)계는 그야말로 '지는 해'였다. 당내 역학 구도는 친박(친박근혜)계로 넘어갔다. 야권에선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이 야권대통합을 주장했다. 친노(친노무현)계가 주축인 '혁신과통합(혁통)'이 꿈틀댄 것도 이쯤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원외 시절 혁통을 통해 정치권에 입문했다.
정 전 의원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면 할수록 정치적으로는 손해였다. 차기 공천도 담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은 그 시절 '더불어 사는 세상'을 지향했다. 국회 출입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신자유주의'를 맹렬히 비판했다. 정 전 의원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4만 달러가 되는 것보다는 2만 달러라도 더불어 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포용적 복지국가'와 철학적 차이가 크지 않다. 적어도 출발선은 대동소이하다. 한 톨의 비판이 세상을 구원하지 못해도 누군가에는 작은 희망이 되고 싶다는 심정이었을 테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차기 대권 주자에게 주는 정치적 의미가 작지 않다.
◆보수정권서 '신자유주의 비판'한 정두언
23일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들이 꼽은 정 전 의원의 첫 번째 정신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다. '좌우보다는 아래'를 택하는 소신인 셈이다. 과거 한나라당 정풍 운동의 밑바탕도 여기서 출발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도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진영논리보다는 '주류 대 비주류'의 프레임을 깨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 전 의원은 MB정부 시절인 18대 국회에서 △노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 △사내하도급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대표 발의했다.
소기업 및 소상공인 신용카드 가맹점 보호를 골자로 하는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은 한나라당 소장파를 이끌었던 정태근 전 의원 등과 함께 발의했다. 정태근 전 의원은 정 전 의원 비보 소식 직후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오늘 같이 밥 먹자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MB에 맞선 정두언·정태근 전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은 당시 정권으로부터 사찰을 당한 핵심 인물이다. 남 전 지사는 지난 1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한 빈소를 찾아 하염없이 눈물을 훔쳤다. 이들과 한나라당 소장파를 이뤘던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안타깝고 황량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들이 기억하는 정 전 의원은 '합리적 보수의 주춧돌'이다.
◆'권력 사유화' 폭로···소통 중시한 실용주의자
정 전 의원의 두 번째 정신은 '원칙과 소신'이다. MB 정부 출범 초기부터 내부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정 전 의원은 윗선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이웨이'를 고집했다. MB 정부의 '권력 사유화'를 폭로한 이도 정 전 의원이다.
이들의 결기 있는 소신에도 청와대 권력의 벽은 높았다. 보수진영의 정풍 운동은 '시나브로' 사라졌다. 보수든 진보든 '소장파'라는 말을 들은 지 오래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2016년 정국을 뒤흔든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원인도 '권력 사유화'다.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여권 대선 주자들이 새겨들어야 하는 대목이다. 한국 정치에 필요한 것은 기득권 세력과 맞설 수 있는 결기라는 얘기다. 이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철학이기도 하다.
마지막 정신은 '합리적 리더십'이다. 그는 의원 시절부터 여야 모두와 소통하는 합리주의자였다. 현 정권에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정 전 의원 비보에 "함께 일하고 싶었는데…"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정 전 의원 빈소에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정치인이 다녀갔다.
정 전 의원을 가까이 지켜본 이들은 '남다른 상상력'을 가졌다고 치켜세웠다. 정 전 의원이 떠난 지 꼬박 일주일이 지났다. 정치계의 풍운아 정 전 의원이 그립다. 1978년 KBS 탤런트 공개모집에 도전했다가 가족의 반대로 최종심을 포기한 '인간 정두언', 2005년 느닷없이 가수에 데뷔한 '인간 정두언'. 그의 마지막 바람은 '권력의 우상을 깨는' 게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