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베트남펀드만 찾는 투자자… "무역분쟁 반사익 기대감"
2019-07-19 01:12
해외펀드 투자자는 요즘 베트남펀드만 찾는다. 수익률은 꼴찌다. 나쁜 성적에도 아랑곳없이 잘나가는 이유로는 '미·중 무역분쟁 반사이익'이 꼽히고 있다.
◆유일한 한 자릿수 수익률에도 인기
18일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9개 베트남펀드 수익률은 올해 들어 전날까지 6.27%를 기록했다. 해외주식형펀드 수익률은 같은 기간 평균 19.57%에 달했다. 한 자릿수 수익률에 머문 해외펀드는 베트남펀드뿐이었다.
그래도 베트남펀드 설정액은 올해 들어 1329억원 늘었다. 1년 사이에는 2658억원이 순유입됐다. 2년과 3년, 5년 동안 들어온 돈도 저마다 1조2278억원과 1조4642억원, 1조6021억원에 달한다. 반대로 해외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올해 들어서만 1조8076억원 줄었다.
베트남펀드를 뺀 나머지 해외펀드는 차익실현에 시달렸다. 중국펀드 설정액은 연초부터 4771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북미펀드와 유럽펀드, 러시아펀드에서도 각각 1971억원과 1819억원, 1188억원이 빠져나갔다. 브릭스펀드와 인도펀드, 아시아퍼시픽펀드(일본 제외), 일본펀드도 순유출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였다.
◆EU와 FTA 맺은 아시아 셋째 나라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우리나라와 싱가포르를 빼면 유일하게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다.
김형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베트남에 무역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EU와 FTA를 체결해 제조업 성장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얼마 전 "베트남은 (세계 무역시장에서) 착취자"라고 비난했었다.
베트남은 자본시장 개방에도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는 외국인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았다. 우량주식을 더 사들이고 싶어도 외국인 지분율 상한선에 가로막혔다. 더욱이 우량주식 수도 많은 편이 아니다. 설정액이 크지 않은 베트남펀드 수익률이 도리어 좋은 이유다. 덩치 큰 펀드는 지분율 제한을 피하느라 비우량주까지 담고 있다.
거래하는 자산운용사가 어느 곳인지도 중요하다. 우량주식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이 현지 네트워크에 비례해서다.
증권가에서는 호치민 주가지수가 연내 1100선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 호치민 주가지수는 전날 982.57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10% 넘게 올랐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베트남 주식시장도 1~2년 전과 달리 거품이 많이 빠졌다"며 "그에 비해 국영기업 민영화와 금융시장 개방,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 편입 같은 호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